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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탐욕이 부른 생태 불균형… 멸종의 벼랑 끝에 서다

입력 : 2016-10-30 19:03:57 수정 : 2016-10-30 23: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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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완충지’ 자연보호구역
도시화·자원 개발 등으로 몸살
20년새 호주 면적 절반 규모 훼손
“인간 때문에 불과 20여년 사이 지구는 호주 면적의 절반 규모가 훼손됐다.” 지난달 9일(현지시간) 호주 퀸즐랜드대 생태학자인 제임스 왓슨 부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기고한 보고서를 통해 1993년 이래로 지구상의 ‘인위적인 침해 없이 자연이 잘 보전된 구역’(Wilderness)이 약 330만㎢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는 호주 전체 면적(769만㎢)의 절반에 달한다. 왓슨 박사는 자연이 잘 보전된 구역을 도시화나 농업, 광업, 벌목 등의 인간 활동이 없는 구역으로 정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전체 토지의 20% 이상이 인간 활동에 영향을 받지 않고 보전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북미와 북아시아, 북아프리카, 호주 지역에 분포해 있다. 지난 20여년 사이 이런 토지가 전 세계적으로 10% 정도 훼손됐으며, 아마존과 중부 아프리카가 특히 심각했다. 왓슨 박사는 “자연이 잘 보전된 구역은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의 근간이 되고 있다”면서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식량과 의약, 섬유, 식수 등을 제공하며 환경의 변화에 복원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연보전지역은 기후 변화의 충격을 완화하는 기능도 하고 있다”며 “훼손된 지역을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방법은 듣지 못했다. 이건 대재앙과 같은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의 활동으로 사라지는 생물들

개발, 환경파괴 등 인간의 무분별한 활동으로 인한 피해는 자연을 터전으로 삼는 생물종의 위기로 직결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하와이 토종 꿀벌 7개종이 인간의 개발로 인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위기 생물로 지정됐다. 하와이의 곤충학자 칼 매그나카는 “꿀벌을 국가 보호종으로 만드는 데 거의 10년이 걸렸다”며 “꿀벌은 생태계에서 토종 식물을 수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처럼 생존에 필수적인 환경을 인간에 빼앗겨 ‘종족의 위기를 맞은 생물종은 7만9837종에 달하며, 그중 2만3520종 이상이 멸종 직전 상태에 있다고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설명했다. IUCN 적색 목록에 포함된 생물종 중 63%는 겉씨식물이며 양서류(41%), 포유류(25%), 조류(13%) 등이 등재돼 있다. IUCN는 생물종의 보전 상태를 기록하는 세계 주요 기관으로, 종의 상태를 위기의 속도, 개체 크기, 지질학 분포 지역, 개체 수와 분포의 정도에 따라 9개의 그룹으로 나누는 ‘적색 목록’(Red list)은 세계에서 가장 포괄적인 지구 식물, 동물 종의 보전 상태 목록으로 평가된다.


◆보전 노력 없이 이용만

세계자연기금이 지난 27일 발간한 ‘지구생명보고서 2016’에 따르면 인류의 지구 자원 수요는 1970년대 초부터 지속가능한 차원의 지구 자원 공급량을 앞질렀다. 2012년에는 한 해 동안 인류가 소비하는 자원과 생태 서비스를 충당하기 위해 지구 1.6개분에 해당하는 생태용량이 필요했다. 개발과 경제 발전에 대한 열망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 전 세계 생태발자국(자연에 대한 인간의 수요)는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탄소의 경우 1961년 43%에서 2012년 60%까지 늘었다. 이는 탄소 배출량만 절반 이상 줄여도 전 세계 생태용량을 1970년대 수준까지 낮출 수 있는 수치다.

인간의 소유욕과 이기심으로 인한 밀렵, 밀매 등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 4일 폐막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제17회 당사국총회(COP17)에서 발간한 결의안에 따르면 천산갑 8종, 아프리카 회색앵무, 가오리 9종, 환도상어 3종, 미흑점상어 등이 멸종위기종에 새로 포함됐다. 특히 천산갑은 지난 10년간 100만마리가 넘을 만큼 밀렵이 횡행했으며 식재료와 약재 등으로 밀매됐다. 회색앵무는 애완용으로 거래가 늘어 최근 개체 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왕실의 코끼리 보존 운동 영국 해리 왕자가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야생 코끼리 개체 보존 운동에 참여, 서식지 재구획 등 코끼리 이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영국 왕실이 공개했다.
영국 왕실 제공. 연합뉴스
◆‘인류세’가 초래할 대멸종… 벼랑 끝에 선 인류

과학적 증거는 무엇보다 확실하다고 마르코 람베르티니 세계자연기금 사무총장은 강조했다. 람베르티니 사무총장은 “인류가 자연에 가하는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자연 생태계 훼손이 심각하다”며 “이대로 가다간 생물다양성과 생명 부양 시스템을 비롯한 자연 세계가 붕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자연에 의존해 살아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인류는 현재 벼랑 끝에 서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큰 변화를 토대로 지질시대를 구분한다. 노벨화학상을 받은 파울 크뤼천은 2002년 현대를 ‘인류세’라고 명명했다. 국제지질학연합(IUGS)도 지난 1월 ‘지구가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연대에 들어갔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했다. 인구증가,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인류가 지구에 주는 영향과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인류가 초래하는 변화의 끝은 대멸종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백악기 공룡 대멸종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5차례의 대멸종이 알려져 있지만 인류세에 접어들면서 생물종이 그 어느 대멸종 시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세계자연기금 보고서에 따르면 야생동물 개체수는 50년 만에 67% 감소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야생 척추동물은 1970년 이후 종별로 평균 58 감소했다. 댐 건설 등으로 호수와 강, 습지가 사라지면서 민물에 사는 동물은 무려 81%나 줄어들었다. 보고서는 서식지 파괴와 야생동물의 불법 교역, 오염, 기후변화 등을 야생동물 감소 원인으로 꼽았다. 인류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면 2020년에는 야생동물 개체수가 1970년보다 67%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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