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순간은 그림자처럼 다가온다. 청와대의 강제모금이 아니라고 했던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안 전 수석이 강제모금 지시를 했다고 실토했다. 대기업 임원들도 안 전 수석이 나서서 ‘윗분 관심사항’이라며 모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연금 774억원을 강제모금한 데 이어 최순실씨와 함께 SK그룹에서 80억원, 롯데에서 70억원을 뜯어내려는 시도까지 했다. 최씨 뒤에 청와대가 있다는 사실을 안 기업들은 최씨 모녀에게 직접 수십억원을 건넸다고 한다. 삼성은 딸 정유라씨에게 30억여원을 별도로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권력의 폭력 앞에 무릎을 꿇었는지 검찰 수사가 밝혀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도 안 전 수석은 지난 10월 21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최순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에 개입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대기업에 투자하라고 한 적이 없다. 순수한 자발적 모금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제 그를 거짓말 제조기라고 불러도 어느 누구도 옹호하지 않을 듯하다.
안 전 수석의 행태를 보면 학자적 양심도, 공직자로서의 품위도 팽개친 듯하다. 권력을 휘두르다가 꼬리가 잡히니 모른다고 발뺌하다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뒤에는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고위공직자로서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앞장선 것이 사실이라면 용서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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