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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 태풍’ 앞에서 아전인수 일삼는 한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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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11 01:30:24 수정 : 2016-11-11 01: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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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민심 이반 피하려면 / 대통령 기득권 더 내려놓고 / 야, 책임 있는 태도 보여야 미국 워싱턴 정치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여의도 정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국민들 분노가 들끓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청와대와 여야 지도부 모두 트럼프 현상의 의미에 주목했다. 하지만 해석이 제각각이니 올바른 해법이 나올 리 만무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트럼프 당선자와 전화통화를 갖고 한·미동맹의 건재를 재확인했다. 최순실 파문으로 사실상 대통령 리더십이 무너진 상황이지만 미 차기 대통령과 국가 정상과의 신속한 통화는 필수적이다. 그렇다고 트럼프 정국이 국정 수습의 돌파구가 되진 않는다. 새누리당 친박 지도부는 트럼프 당선으로 경제·안보가 불안정한 만큼 조기 수습이 필요하다고 바람을 잡는다. 이는 결과만 볼 뿐 원인을 간과한 것이다.

예상보다 컸던 트럼프 돌풍은 기성 정치권이 대변하지 못한 바닥 민심의 반란이었다. 세대 구분 없이 서울시내 광장을 채웠던 촛불 민심은 권력을 사유화한 주류 기득권층에 분노를 드러낸 것이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책임을 지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게 순서다. 박 대통령의 두 차례 대국민 사과와 국회 방문은 야당과의 ‘2선 후퇴’ 논란에 머물러 있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 지도부는 당 안팎의 사퇴 요구를 거부한 채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외친다. 기득권을 버리지 않고 난국 수습을 얘기하니 국민 불신만 쌓인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도 헛물을 켜긴 마찬가지다. 양극화 현상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분노가 정권교체 바람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았다. 트럼프 정국이 최순실 파문을 덮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비선 실세에 휘둘려 국가 기강, 리더십을 무너뜨린 대통령과 집권세력 책임은 철저히 물어야 한다. 검찰 수사와 특검이 낱낱이 밝혀야 한다. 하지만 야당이 대안세력이 되려면 내우외환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초당적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런저런 조건을 붙여 대통령 제안에 퇴짜를 놓고 정권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수준으로는 안 된다.

정치권이 양당 기득권 체제에 경고장을 보낸 4·13 총선 결과에 ‘변화’를 다짐한 게 불과 7개월 전이다. 최순실 파문은 대통령, 여야 모두에 비상한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은 더 많은 권력을 내려놓고 야당은 더 많은 협력을 보여야 한다. 광장의 민심을 정치적으로 풀지 못하면 여의도에도 ‘트럼프 태풍’에 버금가는 심판의 민심이 몰아닥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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