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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잇는다. 선을 긋는다. 선을 공간에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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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1 18:16:24 수정 : 2016-12-01 18: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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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강은혜 개인전 ‘선을 잇는다. 선을 긋는다. 선을 공간에 건다.’

‘Full or Empty’란 주제를 내 건 설치 작가 강은혜의 개인전이 서울 삼청동 스페이스 선+에서 6∼19일 열린다. 

강은혜의 'Full or Empty'전. 6∼19일 서울 삼청동 스페이스 선+
한국과 미국 뉴욕에서 활동중인 강은혜는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선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건축 공간의 독자적 재해석을 시도한다. 그는 무채색의 선으로 공간을 분해하고 공간 안에 음의 부피와 밀도를 표현하며, 나눔과 비율의 개념을 응용해 추상적 윤곽을 공간 안에 적용한다.

설치작품과 병행하여, 이번 전시에서는 공간에서 느낀 영감들을 평면으로 끌어와 풀어낸 작품들도 선보인다. 강 작가의 모든 작업은 기하학적 조형언어인 ‘선’과 연결되어 있다. 공간 안에 숨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상상하고, 그 공간으로부터 받은 영감과 이미지를 단순화시켜 수직선, 수평선으로 이루어진 이미지를 구현한다. 그는 작업과정에서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고 비율을 적용해 기하학적 패턴이나 선들의 조합·배열로 이미지를 표현한다.
점에서 점을 향해 가는 선들은 시간과 공간 이동을 상징하며, 어떤 지점에서는 방향을 틀어 과거나 미래를 향해 가기도 한다. 여행을 하면서 거치는 장소들을 ‘점’으로, 또 그 사이의 이동 경로를 ‘선’으로 표현할 수 있듯이, 작가에게 ‘선’은 정적인 ‘점’이나 ‘면’과는 다르게 ‘움직임’과 ‘흐름’을 표현하는 활동적인 기호로 다가온다. 각각의 점들은 개인을 상징하며, 그 사이 연결된 선들은 관계와 소통을 나타낸다. 느슨하거나 팽팽한 긴장감이 존재하며, 때로는 그 긴장감을 주체하지 못해 끊어지기도 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관계성을 대변한다.

공간 안에서 반복되는 스트링 설치작업을 하는 동안, 한 손으로 실의 텐션을 유지한 채, 수 백 번 수 천 번 같은 공간을 오가며 공간을 거니는 그 시간들이 그에게는 수행과도 같은 명상의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긴장감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끊임없이 반복되는 행위로부터 작가는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의 평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한 수행의 감정을 평면으로 가져와, 반복적으로 선을 긋는 행위로 ‘면’을 이루어가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 ‘Meditation’ 드로잉 연작이다. 하나하나의 선 긋기로 채워져 나가는 면은 ‘채움’이자 동시에 ‘비움’이다. 공간을 채워나감에 따라 마음과 정신은 반대로 깨끗이 비워져가는 행위인 것이다.

작가는 작업일지에 이렇게 썼다.

“한글의 선들로부터 받은 영감에 근간을 두고 있는 나의 작업은 크게 추상화된 한글 패턴 작업과 스트링 설치작업으로 나눌 수 있다.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요소를 지닌 한글은 디자인, 순수조형 소재로서 강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나는 한글이라는 모국어에 의해 규정된 선들을 따라 공간을 해부하며, ‘선’이라는 기하학적 개념을 소재로 이미지와 건축적 공간을 접목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한다.

나의 설치작업은 주로 공간에서 얻는 영감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은 미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공간에 대한 개념과 그 공간에 기하학적 요소(예를 들어 선)가 개입됨으로써 파생되는 시각적, 청각적, 혹은 공감각적 효과에 대한 체계적 연구로 이어진다. 나의 작업은 무의 공간 안에서 추상적인 이미지를 구상하고, 그것을 공간 안에 구현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공간 안에서 교차되고 중첩되는 선들은 이미지에 부피감, 중력감, 밀도감, 그리고 움직임을 부여한다. 그 선들은 또한 수많은 면들을 만들어내고, 가상의 차원들을 창조해내며 보는 이들의 시각을 현혹할 것이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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