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0만명의 메가시티인 서울은 막강한 경제적 힘과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질적, 양적으로 지속돼 온 서울의 발전이 ‘균형발전’이었다고는 단언하기 힘들다. 산업화 이후 짧은 기간에 도시가 성장하면서 도심과 강남 중심으로 경제력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성장이 더뎠던 지역은 이후 도심과 강남의 베드타운으로 그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 중 균형발전에서 소외됐던 대표적 지역이 서울 동북권이다. 이 서울 동북권이 최근 다양한 산업적 역량을 키워나가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홍릉에 추진 중인 바이오 클러스터는 서울 동북권의 경제적 역량 확충을 책임질 주요 전략요충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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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북권 바이오산업벨트의 중심지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는 산업구조 개편을 본격화하는 중이다. 권역별로 산업을 특성화해 도시 전역이 독자적 경제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서남권은 연구개발(R&D)에 특성화된 마곡지구와 G밸리 등이, 동남권은 마이스(MICE)산업을 중심으로 한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 등의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서북권은 이미 상암DMC를 중심으로 미디어산업이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서울 신산업 지도의 마지막 퍼즐이 될 지역이 홍릉을 중심으로 한 동북권 메디컬&바이오 산업이다. 인근에 다수의 대학과 연구기관이 자리 잡고 있는 등 이미 지식산업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서 미래 성장동력인 바이오산업 육성의 최적지라는 것이 시의 판단이다. 임상시험을 위한 대형병원이 가까이에 여럿 있는 것도 강점이다.
방영주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장은 “새로운 의약품, 의료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R&D 주체인 산업체, 학계, 연구소, 병원, 투자자 등이 기존의 장벽을 걷어치우고 처음부터 개방적으로 협력하는 ‘개방적 혁신’이 필수적”이라면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결국 회사들이 우수 대학과 병원이 있는 곳으로 연구소를 이동해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결과적으로 R&D를 위한 최적의 생태계가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시는 같은 동북권인 창동·상계신경제중심지 역시 바이오·메디컬 중심 산업단지로 육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9월 “창동·상계신경제중심지에서는 서울의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면서 “잠정적으로 바이오·메디컬 쪽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창동·상계신경제중심지 사업은 현재 창동차량기지, 도봉면허시험장 자리와 창동역 환승주차장·문화체육시설 부지를 포함한 38만㎡ 넓이의 땅에 8만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미래 신경제산업을 유치하는 프로젝트로 R&D와 벤처를 중심으로 한 홍릉 클러스터와 긍정적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이들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면 그동안 베드타운 기능만 하며 이렇다 할 산업적 기반이 없던 서울 동북권이 홍릉과 창동·상계를 두 축으로 생명공학 산업이라는 탄탄한 산업기반을 갖추게 된다.
◆지역에 대한 여러 지원책 필수불가결
생명공학 산업의 기틀 마련을 위해 클러스터 인근 지역 전반에 대한 총체적인 지원이 필수불가결하다. R&D 생태계의 빠른 정착을 위해서는 클러스터에 대한 전폭적인 세제나 자금지원이 가능해야 하고, 주변 지역 도시계획 등의 규제 완화도 좀 더 신속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홍릉클러스터팀 정상진 주무관은 “바이오클러스터의 설립 작업 외에도 인근 회기로 지역 등에 과학문화거리를 설치하는 등 지역개발이 진행 중”이라면서 “아직 규제에 묶여있는 지역이 많아 클러스터 주변지역 개발은 장기 프로젝트로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클러스터와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게 될 지역커뮤니티와의 신뢰관계 구축도 중요한 작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지역주민들과 간담회를 개최하며 주요 현안에 대한 꾸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 주무관은 “주변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클러스터 내에 식당을 설치하지 않는 등 주변지역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조치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형성된 서울 동북권 바이오산업 환경을 기반으로 수도권에 퍼져있는 바이오 산업의 역량을 한데 모으겠다는 것이 시의 복안이다. 현재 서울과 접근성이 높은 수도권에는 전국의 63.8%에 달하는 2만여 개의 바이오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다. 종합병원의 경우 전국 연구중심 병원의 90%가 위치해 있는 등 여전히 서울과 수도권은 국내 바이오 R&D의 중심지다.
서동록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은 “서울은 친화적 도심 기능을 바탕으로 대학, 병원, 연구소 ,기업, 자본 등 풍부한 인프라와 우수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라면서 “이러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기술, 네트워크 중심의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해 서울을 ‘바이오 벤처시티’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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