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달려온 한해를 마감할 즈음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까지 터져 삶의 여유나 활력을 잃고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소진 증후군)에 시달리는 직장인이 많다. 전문가들은 노동시간 단축 등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번아웃 증후군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건망증과 불면증, 불안증 등이 나타나고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이유(복수 응답)로는 체계적이지 못한 업무 진행(65.3%)이 가장 많았고 △과도한 업무량(58.9%) △커뮤니케이션 어려움(32.9%) △갑이 다수 존재(31.8%) △성과를 인정 못 받음(31.5%) 등의 순이었다.
한 백화점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유모(28·여)씨는 “‘과장님이 물어보더라’는 한마디에 뭔가를 뚝딱 만들어내야 할 때면 패배감이 든다”며 체계적이지 못한 업무 지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번아웃 증후군이 직장생활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업무 집중력 저하(74.4%·복수 응답)가 1위를 차지했으며 △퇴사 욕구 상승(72.9%) △삶에 대한 회의와 목표 상실(55.5%) △회사에 대한 반발(50.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 제조업체 직원인 윤모(36)씨는 “올해가 가면 나이나 한 살 더 먹을 뿐 삶에 무슨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다.
윤 교수는 “일에 지쳐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스트레스 관리법을 물어보면 대부분 없다고 한다”며 “매일 10분 정도 사색하거나 일주일에 한 번 친한 친구와 수다를 떠는 등 잠시라도 외부와 연결을 끊고 마음의 자유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양대병원 김대호 교수(정신건강의학)는 “한국 사회의 소진 증후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긴 노동시간과 연관이 있다”며 “직장생활 스트레스를 줄이는 가장 좋은 대책은 초과근무와 회식 등 업무 관련 시간 자체를 줄이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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