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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노인 자살의 나라, 대한민국?

입력 : 2017-01-09 05:00:00 수정 : 2017-01-08 11: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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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의 평균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노인 자살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노인 자살은 △경제적 어려움 △각종 신체질환 △정서적 소외감 등이 주요 원인인데요. 자신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낮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건강을 해치게 되고, 또 악화된 건강상태가 결국 자살 충동에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대부분의 노인 자살자들은 당뇨, 고혈압 등 신체적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또 노인 자살자의 70%는 사망 전 3개월동안 무직 상태였습니다. 사망 당시 월평균 소득도 50만원 이하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지금의 노년 세대는 늙은 부모를 봉양한 마지막 세대지만, 한편으로는 자녀들로부터 제대로 부양받지 못하는 세대입니다. 달리 말해 경제적인 것은 물론, 정서적인 대비도 없이 우울한 노년을 맞이했다는 것입니다. '건강 80세'가 아닌 '건강 100세' 시대도 이제 머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비한 노인들의 경제·사회적 지원은 빈약한 게 대한민국 사회의 현 주소입니다.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1명은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복지포럼' 최근호 '노년기의 사회·심리적 불안과 정신건강'(채수미)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10.3%는 설문조사에서 '지난 1년간 자살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노인의 연령대를 구분하면 65~74세 노인(조사 대상 853명)은 10.1%, 75세 이상 노인(201명)은 11.4%가 자살 생각을 했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 결과는 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한국 사회의 사회·심리적 불안 실태조사'에서 나온 노인 표본 집단(1055명)의 응답을 추출해 분석한 것이다.

평소 받는 스트레스 수준에 대해서 노인의 22.5%는 '많이 또는 매우 많이 느낀다'고 답했고, 우울 정도 측정에서 10.2%는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노인들이 느끼는 삶의 불안 수준은 5.6점이었다. 전혀 불안하지 않은 상태를 0점, 가장 불안한 상태를 10점으로 가정하고 점수를 매긴 결과다. 혼자 사는 노인들(6.0점)은 누군가와 함께 사는 노인들(5.4점)보다 불안감이 컸다.

◆노인 10명 중 1명, 최근 1년간 자살 생각한 적 있다

소득 수준에 따른 차이도 두드러졌다. 월 소득(가구)이 낮을수록 불안감은 커져서 600만원 이상 고소득 집단은 4.0점이지만, 200만원 미만인 집단은 5.8점이었다. 응답자의 70.9%가 소득이 2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해 노년기 인구의 상당수가 큰 불안감을 안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교육수준에 따라서도 불안감은 차이를 보였다.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노인들은 5.1점이었으나 중졸 이상은 5.5점, 초졸 이상은 5.9점으로 나타나 학력이 낮을수록 삶에 대한 불안이 높았다.

다만 직업 유무에 따른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응답자의 70%가량은 직업이 없다고 답했고, 직업이 있다 하더라도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커 양 집단의 불안 수준에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고 연구자는 추정했다.

개인적 차원에서 불안감을 가장 크게 느끼는 요소는 신체적 건강(6.47점)이었고, 그다음으로는 △노후준비(6.38점) △노화로 인한 신체적 △정서적 문제(5.93점) △스트레스·우울·중독과 같은 개인의 정신적 건강(5.14점) 등이었다.

사회적 차원에서 불안감을 크게 느끼는 요소로는 △고위험 신종감염병(6.47점) △경기 침체 및 성장 둔화(6.41점) △안전 문제(6.04점) 등이 꼽혔다.

이 조사는 불안을 느낄 요소들을 제시하고 최근 1년간 각각에 대해 얼마나 불안을 느꼈는지 0점(전혀 불안하지 않음)부터 10점(매우 불안함) 사이에서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노인들은 평소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으로 수면이나 휴식(32.5%)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 외에 TV 시청(24.8%), 산책(8.4%) 등이 있었고, 없다(7.4%)는 대답도 있었다.

채수미 연구원은 "노년기의 불안은 정신건강 및 다양한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 지어 설명된다. 우리나라 인구의 13.1%를 차지하는 노인의 사회·심리적 불안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전체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 증진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자신 방치하는 노인들 증가

한편, 자신을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노인이 갈수록 늘어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9월 보건복지포럼에 실은 '노인학대 대응정책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노인학대 신고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가운데 학대유형 중 자기방임이 차지하는 비중도 거의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의 노인학대 신고 및 판정사례(2005~2015년)에 따르면 노인학대 신고사례 중에서 점유비율이 2005년 1.0%에 불과했던 자기방임은 △2007년 2.1% △2009년 2.8% △2011년 4.1% △2013년 6.4% △2014년 8.0% △2015년 10.1% 등으로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경제적 학대 △방임 △유기 등 다른 유형의 노인학대 비중은 매년 줄거나 정체상태에 있는 것과 비교해 자기방임은 10배로 늘어나는 등 뚜렷하게 증가해 대조를 보였다.

자기방임이란 '노인 스스로가 의식주를 제공하거나 의료 처치를 하는 등 최소한의 자기보호 행위를 의도적으로 포기하거나 비의도적으로 관리하지 않아 심신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거나 사망에 이르게 되는 행위'를 뜻한다. 말 그대로 자포자기 심정으로 자신을 방치하는 것이다.

자기방임의 증가는 학대행위자와 학대피해 노인의 관계 비중의 변화에도 반영돼 학대행위자가 노인 본인인 비율도 2005년 1.0%에서 2015년 14.7%로 껑충 뛰었다.

이윤경 연구위원은 "다른 유형의 노인학대와 특성이 다른 자기방임 노인이 계속 증가하는 만큼, 별도의 대응방법 등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노인 인권 보호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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