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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노란 리본 태극기 등장… 촛불은 ‘환영’, 태극기는 ‘냉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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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8 21:45:19 수정 : 2017-02-18 22: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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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심판과 특검 수사 종결이 얼마 남지 않은 18일 서울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는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각각 그 세를 더해가는 모습이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서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주최한 16차 촛불 집회가 열린 가운데, 노란 리본을 단 태극기가 등장했다. ‘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 등으로 유명한 노혜경 시인이 제안해 시민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후원금을 모아 태극기 5000개를 주문했다.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만드는 봉사 단체 ‘노란리본공작소’가 이 태극기를 전달받은 뒤 노란 리본을 깃발 꼭대기에 달아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노란리본공작소가 촛불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나눠준 노란 리본이 달린 태극기의 모습. 권지현 기자
태극기를 받은 시민들은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나 탄기국(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 등이 참여하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태극기가 촛불 집회에 등장하자 신기해 하면서 반색하는 모습이었다.

공은주(48·여)씨는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도, 태극기 집회 참여자들도, 생각이 다를 뿐이지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태극기가 우리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인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리본을 없앤 태극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태극기 집회와 촛불 집회 참여자 모두 똑같은 태극기를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김성배(52)씨도 “태극기는 우리나라와 민족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그간 태극기가 특정 세력의 상징처럼 쓰여 원래 뜻을 잃는 것 같았는데, 노란 리본이 달려 의미를 되찾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란 리본이 달린 태극기는 민족의 애환을 상징한다”고도 덧붙였다. 노란 리본 태극기 제작에 참여한 자원 봉사자 김계봉(43)씨는 “극단적으로 양분화된 현 집회 양상을 진정시키고 통합을 도모하자는 의미로 봉사하게 됐다”고 뿌듯해했다.

노란 리본 태극기를 든 촛불 집회 참가자 신윤정씨. 신씨는 “우리나라 국기는 촛불 집회 참가자들이 드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권지현 기자
‘원조 태극기’를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노란 리본 태극기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박모(41·여)씨는 “태극기에 리본을 다는 것은 물타기다. 촛불보다 태극기 집회 인원이 많아지니 태극기에 편승하려 한다”며 “우리처럼 순수하게 태극기를 든 게 아니다”고 분노했다. 또 다른 참가자 민모(55·여)씨는 “태극기에 리본을 다는 건 태극기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정 노란 리본을 태극기에 달고 싶으면 한 손에 태극기, 한 손에 노란 깃발을 들면 되지 않냐”고 반문했다. 소성우(54)씨는 “누구든지 태극기를 드는 것은 대환영”이라면서도 “태극기를 드는 의도는 나라를 위한 것이어야지 다른 뜻이 첨가되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퇴진행동과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는 각각 광화문광장과 대한문 앞에 80만명, 250만명이 운집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에는 양측이 대규모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권지현·이창훈 기자 macar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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