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이해와 정보가 촉발해내는 상상의 가능성에 대해서 실험하고 있다. 인터넷 시대에 넘쳐나는 정보들이 쏟아지듯 전달되고, 우리가 그 정보를 인지하지 못한 채로 체화하거나 놓쳐버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상의 결과물에 집중한다. 작업은 인터넷 또는 책을 통한 정보 수집에서 시작한다. 수집된 정보를 시작으로 단 한 번도 직접 경험하지 못한 곳에 대한 상상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그 상상의 결과는 회화와 조각 등으로 조형화하기도 하고 때로는 소설과 같이 텍스트화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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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잃은 그린란드 한 젊은이가 강박적으로 접어 날리는 종이비행기를 형상화한 작품 앞에 선 이동근 작가. 그는 종이비행기를 미지의 창공으로 날려 보내듯, 정보의 바다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
벽에 걸린 그림과 전시장 중앙에 배치된 대형 설치회화는 작가가 쓴 소설에 등장하는 한 장면을 시각화된 작품이다. 소설의 모티브는 작가가 그린란드 리서치 과정 중에 알게 된 비극적인 사건이다. 그린란드 전통을 이어 가며 사는 사람들이 고래 사냥을 나갔다가 산사태로 몰살하게 된 일이 있었다. 지구온난화로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사건으로 가족과 친구를 잃은 남겨진 이들의 심정과 상황을 상상하며 쓴 이야기다. 가족을 잃은 한 젊은이가 종이비행기를 접고 접어 하늘에 날리는 행동을 강박적으로 반복하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종이비행기의 접혀진 흔적들은 아픈 상처로 다가왔다. 작품 ‘Trace of Flight’는 강박적 행동을 모방한 작품이다. 하늘의 이미지를 담은 작품 ‘Collected Sky’는 소설 속의 젊은이가 지켜본 하늘이다. 인터넷에서 수집한 그린란드의 하늘 사진을 조합해서 만든 것이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종이비행기의 모델은 국제종이비행기날리기대회에서 입상한 작품들이다. 하늘 풍경엔 오로라 이미지가 투시도처럼 중첩되고 있다.
“가족을 잃은 젊은이는 항공사 취직을 꿈꿨다. 그래서 종이비행기의 색상은 사고율이 낮은 항공사 비행기 상징색으로 꾸몄다.”
그의 작품은 현실과 상상을 오가고 있다. 하지만 공통된 정서는 애잔함과 불안함이다. 전통적 생활터전을 잃어가고 있는 그린란드 사람들의 실존의 모습이다. 조각 작업 ‘Memory of Ice’는 그린란드의 빙하와 자연 환경을 생각하며 시각화한 작업이다. 실제 얼음 위에 반복적으로 우레탄 스프레이를 뿌려 만든 작품이다. 얼음은 사라지고 껍질만 남은 쇠잔한 형국이다.
“내가 ‘알지 못함’은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촉매제가 된다. 그래서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함’은 상상을 자유롭게 해준다.”
그의 자유로운 상상이 그린란드에 이르게 했다. 그것은 인류가 처한 자화상일는지 모른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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