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칭화대와 베이징대, 미국 어바인캘리포니아대(UC 어바인),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은 전세계의 많은 기업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에 공장을 세우는 바람에 중국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구밀도가 높은 인접국인 한국과 일본이 큰 영향을 받게 된다고 분석했는데요.
중국에서 몰려온 뿌연 먼지가 우리 하늘을 뒤덮는 일은 연례행사가 되어 버린 지 오랩니다. 문제는 중국발(發) 미세먼지의 영향이 갈수록 커진다는 점입니다. 평상시 국내 미세먼지의 30∼50%, 봄철과 같이 심할 때는 60∼80%가 중국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정부는 최근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더 실효성 있는 방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대책 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형편입니다.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잡는 대외적인 노력 등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을 상대로 한 환경 관련 외교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실정입니다. 물론 중국 측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조기 대통령선거 정국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정부가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중국발 미세먼지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좀 더 강력한 환경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입니다.
중국발 초미세먼지로 우리나라가 사회·경제적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오는 2060년에는 22조원으로 2000~2012년 평균 대비 2배 가까운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기오염은 우리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사회와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쳐 다양한 분야에서 직·간접적인 피해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대기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연간 10조원을 웃돌고 있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연 22조원까지 치솟을 듯
우리나라의 대기오염은 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나쁜 수준이다. OECD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40여년 후인 2060년에는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가장 높고, 경제 피해도 가장 클 것으로 내다봤다.
2060년 기준 대기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한국이 1인당 연간 500달러로, 사회 전체로는 200억 달러(한화 기준 약 22조원)에 달할 것으로 OECD는 전망했다.
한국의 대기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연간 10조원을 웃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최근 배정환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 비용을 약 11조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미세먼지와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등 대기오염 물질 감소에 따른 사회적 편익을 보수적으로 책정해 산출된 금액이다. 이를 역산한 1t당 피해 비용은 미세먼지가 약 196만원, VOC는 175만원, SOx가 80만원이다.
배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 2000~2012년 전국 16개 시·도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토대로 경유 소비와 배출 원인에 관한 계량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이 연구를 토대로 보면 한국의 연간 대기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2000~12년 연평균 11조8000억원에서 OECD 전망치 기준 2060년에는 22조원으로 증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우려된다.
OECD는 대기오염에 따른 2060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손실 비율이 0.63%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을 것으로도 예상했다.
한국의 대기오염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지표는 최근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서울 공기 질은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거의 최악의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주요도시의 공기오염 상황을 추적하는 사이트인 '에어비주얼'(AirVisual)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의 공기품질지수(AQI)는 179로, 인도 뉴델리(187)에 이어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두번째로 심각했다.
◆'뿌연 하늘' 일상화, 맑은 공기 위해 많은 돈 쓸 수밖에 없는 시대
미세먼지로 덮인 뿌연 하늘이 점차 일상이 되면서 불황에 허덕이는 소비자들은 맑은 공기를 마시고 호흡기 건강을 유지하는데 어쩔 수 없이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 형편이다.
멀티액션 가습공기청정기의 가장 큰 특징은 3중으로 가습 위생을 강화한 점이다. 이 제품은 스스로가습클린 기능을 탑재해 가습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동안 물이 닿는 가습수조와 가습필터를 깨끗하게 자동 건조시켜 세균 번식 등의 오염을 사전 방지한다. 코웨이 제공 |
LG전자 모델이 공기청정기 ‘퓨리케어 360도’에 새 색감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
하지만 수십만~수백만원에 달하는 해당 가전을 갖추려면 중산층 이상 경제 여력이 있어야 한다.
실제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LG전자 '퓨리케어' 공기청정기의 가격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96만~145만원이고, LG전자의 '트롬 전기식 건조기'(8kg 기준)도 110만원대가 훌쩍 넘는다.
물론 20만~30만원대 보급형 공기청정기도 있지만, 고가 제품과 비교하면 정화 능력의 차이가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소득 불평등, 미세먼지 노출 격차로 이어져
매달 2만~5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코웨이 등 렌털업체의 공기청정기 등을 빌려 쓸 수도 있지만, 하루 이틀 쓰고 말 제품이 아닌 만큼 선뜻 지출하기 꺼려진다. 수년 동안 임대하면 역시 비용은 수백여만원에 이른다.
게다가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한 가정에서 방마다 공기청정기를 두는 사례도 늘고 있는데, 이런 추세를 따르려면 관련 지출의 규모는 2~3배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생활비 마련도 빠듯한 취약계층에게는 더더욱 '그림의 떡'이다. 이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은 수천원대 황사용 마스크나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어 준다는 수만원대 식물 정도인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빈부 격차가 미세먼지 노출 격차로, 다시 이 차이가 호흡기 건강을 둘러싼 불평등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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