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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가까워질수록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늦을세라 급한 마음에 이리저리 비집고 차선을 바꿔가며 공항 가까이에 있는 렌터카를 빌렸던 회사의 좁은 입구에 겨우 들어설 수 있었다. 다행히 차를 반납하는 절차는 간단했다. 주차장에 있는 남자직원에게 차 키를 건네주자, 그는 차의 안과 바깥 상태만 한 번 훌쩍 확인했다. 그는 들고 있던 스마트폰에 내가 사인을 하도록 하고는 다 끝났다고 했다. 덕분에 마침 공항으로 출발하려던 셔틀버스를 가까스로 탈 수 있었다.

아침인데도 제주공항은 북적였다. 사드 보복 탓인지 그 전에 왔을 때 그 많던 중국인들은 사라지고 간간이 눈에 띌 정도였다. 그 틈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채우고 있는 듯했다. 긴 연휴의 끝자락에 미처 항공권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항공사별 대기예약 카운터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비행기가 출발하기 20분 전쯤 혹시 자리가 생기면 순서대로 비행기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의 역할이 두드러져 보였다. 10여 년 전 정부가 독점적이던 기존의 대형 두 항공사의 반대를 뿌리치고 저비용항공사 설립허가를 추진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여행자들은 시간과 비용에서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만 했을 것이다.

서명교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
검색대를 지나 항공권에 찍힌 여객기에 오르는 게이트를 찾아 탑승을 하려는데 게이트가 다른 곳으로 바뀌어졌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가 출발하기 바로 전까지 허둥거렸다. 검색도 소홀해지고 안전에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도 들었다. 에어사이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항공기 또한 몇 분 간격으로 내리고 오르는 활주로 하나에 매달려 줄을 이어서고 있다.

정부는 1년 반 전 서귀포 쪽에 제주 2공항 건설을 발표했다. 제주도 신공항은 20년 전에도 큰 이슈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몇 개의 후보지를 대상으로 공군도 함께 쓸 수 있는 활주로 2개를 가진 큰 규모의 신공항을 건설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한 적이 있었다. 검토 끝에 따로 신공항을 건설하는 대신 기존 제주공항의 활주로 길이와 터미널을 확장하여 그냥 사용하기로 했다. 국제자유도시나 특별자치도에 대한 미래 전망도 부족했고, 예산을 절약한다는 뿌듯한 사명감에만 너무 충실했었다. 결국 짧은 안목은 항공안전과 국방전략상 손실과 함께 오히려 비용을 가중시키는 모양새가 됐다.

물론 그때그때의 경제사정 등이 여의치 않을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때에 따라 전국시대의 어린 진시황을 키워 천하를 얻었던 위나라 대상 여불위와 같은 긴 안목도 있어야 할 듯하다. 또 14년간에 걸쳐 완성했던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나 235년 전부터 시작하여 아직도 건설 중인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같이 아름다운 역사적인 건물을 위해 길고 긴 인내도 필요할 것이다. 예전에는 십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지내고 보니 그건 그리 길지도 않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김포공항을 내리자 서울은 온통 미세먼지로 덮여 있다. 시야를 가린 회색빛은 한라산 능선의 아름다운 윤곽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제주도보다도 훨씬 심해 보였다. 중국의 거대한 물줄기 장강과 황하를 통해 흘러들어오는 산업 오염물이 평균 깊이가 15층 아파트 높이에 불과한 얕디얕은 서해를 더럽히고 있듯이 황사와 더불어 산업오염먼지는 갈수록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 차원에서 좀 더 길고 큰 안목으로 필요하다면 그들과 한 판 붙을 각오로 대담하게 준비해 나갈 일이기도 한 것 같다.

이제 문재인정부가 들어섰다. 새 정부는 때론 섬세하지만 장대한 스케일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그 언젠가 우리 한반도가 통일된 국가가 된 것으로 가상하여 모든 부문에서 큰 선으로 그려 보듯이.

서명교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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