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권영모(사망 당시 41세·사진)씨는 2015년 12월30일 오전 4시30분 평소와 같이 출근해 쓰레기 수거작업을 하던 중 오전 5시30분쯤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갑작스레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이상증세를 보였다.
같은 조로 근무하던 청소반장이 권유해 권씨는 조퇴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권씨는 이날 오전 11시쯤부터 오한과 수족마비 증세, 사지 청색증 등이 심하게 나타나 인근 부산성모병원을 거쳐 동아대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같은 날 오후 6시쯤 급성패혈증성 쇼크로 숨졌다. 아이 셋을 둔 권씨는 입사 때 건강기록부에 아무런 이상 증상이 없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3월 “망인의 과로사실도 인정되지 않고, 사망 전 수행한 업무와 환자의 사망 건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거부하는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도 같은해 6월 유족의 재심사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권씨는 사망 이틀 전인 2015년 12월28일 새벽근무 도중 폐액자를 처리하면서 삐져나온 날카로운 녹슨 못에 손목 부분을 찔린 사실이 뒤늦게 유족에 의해 밝혀졌다. 권씨 부친 권태원은 “아들이 죽기 이틀 전 오른손 손목 부위에 피얼룩을 물어보니 ‘새벽 작업 중 쓰레기봉투 속에 액자 파손된 것을 차에 싣다가 튀어나온 못에 찔렸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유족은 지난해 9월 부산지방법원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공판이 진행 중이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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