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통화 수장의 대화 김동연 경제부총리(오른쪽)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북한 리스크 등에 대응한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정부는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구간 신설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내놨다. 이른바 ‘부자 증세’다. 법인세율 인하와 비과세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 나섰던 이명박·박근혜정부 정책을 한 번에 뒤집은 셈이다.
정부는 소득세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에 적용되던 최고세율을 40%→42%로, 3억~5억원에 적용되던 세율을 38%→40%로 올리기로 했다. 법인세는 과표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기존 최고세율보다 3%포인트 높은 25%를 적용한다. 이로 인해 연간 6조원이 넘는 세수가 확보되면, 이 재원으로 아동수당·최저임금 지원 등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는 “부자들이 한계소비성향이 낮은 만큼 경제적인 목적이나 효과를 위해 그들에게 과세하는 것은 현재 우리 경제에서 정부가 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명제로 보더라도 슈퍼리치라는 이유로 증세한다는 것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며 “(글로벌 경제를 볼 때) 법인세를 올리는 나라도 없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정책도 찬반이 엇갈렸다.
정부가 최근 투기·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고, 다주택자의 대출을 조이는 등 전방위 규제 정책을 편 결과 서울 아파트값은 1년5개월 만에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강력한 대출규제로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가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문재인정부 부동산 대책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특히 투기지역 지정을 바람직한 정책으로 꼽았다. 20명의 전문가 중 부동산 정책에 찬성한 9명 가운데 5명이 ‘투기지역 지정’이 가장 큰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과 주택담보대출 등 금융시장 간 연계성이 강화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통제하려고 한다는 의미에서 그 방향성에는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는 의견도 8명에 달했다. 허찬국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는 “정부는 시장과 관련해 제도와 인센티브를 정리해 바람직한 결과를 유도해야 하는데 투기세력과 싸우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노무현정부 때 이미 경험했듯이 전투적인 자세는 필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 “일자리창출·기업투자 활성화 최우선 과제”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시급한 과제로 ‘일자리 창출’(12명·복수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기업투자 활성화(10명), 저출산 극복(3명),최저임금 인상· 재벌개혁·양극화 해소(각 2명) 순이었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보인 전문가도 있었다.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내용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정확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근 교수도 “소득주도 성장은 공인된 경제정책 모델이 아니고, 이를 통해 성장한 나라도 없다”고 지적했다. 다중투표제·집단소송제 등과 같은 재벌 개혁 정책 방향에 대해 설문에 응한 경제전문가 20명 중 8명이 B학점 이상(A학점 2명·B학점 6명)으로 평가했다. 6명은 D학점 이하라고 낙제점을 줬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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