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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한국에 대한 짜증
트럼프의 트위터 글을 세 개로 나뉘어 있다. 그는 첫 번째로 띄운 트위터 글에서 일단 북한 핵실험 얘기부터 꺼냈다. 트럼프는 “북한이 중대한 핵실험을 했다”며 “그들의 말과 행동은 미국에 매우 적대적이고 위험하다”고 적었다. 트럼프는 두 번째 글에서 “북한은 깡패(rogue) 국가이고, 중국에 커다란 위협이며 당혹감을 안겨 주고 있다”며 “중국이 그들을 도와주려 하지만 거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세 번째 글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대북 유화정책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트럼프는 이 트위터의 글을 “그들은 오로지 하나만 알고 있다”고 끝을 맺었다. 미국 언론은 여기서 말하는 ‘그들’은 한국이 아니라 북한을 지칭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이 아는 하나가 무엇인지는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뉴욕 타임스(NYT)는 ‘북한 핵 실험 이후 트럼프가 한국에 가장 심한 얘기를 아껴두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에 화살을 돌린 트럼프의 트위터 글 내용을 상세히 분석했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의 가장 중요한 수사적 정점은 한국을 겨냥한 대목”이라며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유화 정책’을 얘기한다고 나무랐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가 새로운 진보 정권인 문재인 정부에 트위터를 통해 눈에 띄게 거친 입장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기가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폐기를 검토하는 등 북한에 대처하는 데 긴요한 한·미 협력 관계를 약화하려 하고 있다고 NYT가 강조했다.
북한 등과 전쟁 준비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소개한 뉴스위크 표지 |
◆유화정책 규정은 모욕
세계 외교사에서 유화 정책은 이미 사망 선고를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영국은 독일과 이탈리아에 유화정책을 취했다가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 영국은 독일의 군비 확충, 오스트리아 점령 등에 눈을 감았고, 이탈리아의 에티오피아 침공을 모른척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였다. 영국과 프랑스 등의 독일과 이탈리아 비위 맞추기, 달래기, 양보, 무마 정책은 2차 세계대전을 잉태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유화정책은 실패한 대외 정책의 대명사이다.
미국의 외교 전문가들은 한·미 동맹 체제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를 비난한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는 NYT에 “문 대통령이 미국의 ‘최대 압박과 관여 정책’을 적극 지지해왔다”면서 “문 대통령이 아직 호통을 들을 만 한 어떤 유화정책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엘리 라트너 전 백악관 부통령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한국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중국의 경제 보복을 당하고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라트너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와 협조를 모색하는 대신에 그 모든 나라를 공격하고 나섰다”면서 “이것은 정말 막가자는 식이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줄 맨앞)과 확대정상회담을 갖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핵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
◆한·미 FTA 폐기 위협
트럼프가 북한 핵실험의 거센 후폭풍 속에 한·미 FTA 폐기 협박을 가하는 것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 정치권과 경제계 및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일제히 트럼프 정부가 이 협정을 폐기하려는 데 대해 강도 높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여당인 공화당의 제프 플레이크 상원의원(애리조나)은 CNN에 출연해 “한국이 직면해 있는 현재 상황에서 한·미 FTA 협정 폐기는 정말로 당혹스런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아킨 카스트로 하원의원(민주, 텍사스)은 ABC 방송에 출연해 “지금이 한국과 무역 전쟁을 할 때이냐”고 반문했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은 “한·미 FTA의 폐기는 심대한 지정학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는데 부정적인 전략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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