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차 한잔 나누며] “한국 핀테크 글로벌 경쟁력 약해… 규제 풀어야”

관련이슈 차 한잔 나누며

입력 : 2017-10-01 20:14:31 수정 : 2017-10-02 13:08:0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이승건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국내 핀테크(금융+기술) 산업은 중국에 5년, 미국에 3년가량 뒤졌습니다. 더 이상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규제완화가 필요합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인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국내 핀테크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묻자 망설임 없이 “규제 완화”를 꼽았다. 그는 국내 핀테크 산업이 과도한 포지티브식 규제로 발목이 잡혀 초고속 인터넷망 등 탄탄한 인프라 환경에도 글로벌시장에서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진출을 위해서라도 글로벌 수준의 규제환경이 필요하다”며 “해외에서 많은 핀테크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빅데이터 등을 이용한 자동화된 자산관리 서비스)의 경우, 국내는 온라인 투자 일임이 금지돼 관련 핀테크 업체들이 서비스 출시조차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건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캐피탈타워 비바리퍼블리카 회의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국내 핀테크 산업 발전 방안을 밝히고 있다.
하상윤 기자
이 회장은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길에 동행할 국내 52개 기업대표단에 포함된 화제의 인물이다. 35살의 벤처 사업가가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그를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캐피탈타워 비바리퍼블리카 회의실에서 만나 국내 핀테크 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그는 규제 방식을 ‘포지티브 규제’(허용된 업무만 할 수 있는 전면 금지)에서 ‘네거티브 규제’(금지 업무를 제외하고 모두 허용)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 보호만큼 편익도 중요하다”며 “한국은 소비자에 대한 보호가 지나쳐 온라인 자산관리 등 사람들이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권리가 경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전 규제보다는 사후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비바리퍼블리카에서 2015년 출시한 간편송금 애플리케이션 ‘토스’는 이달 기준 누적 다운로드 1100만건, 누적 송금액은 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금융사고가 나지 않았다.

이 회장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6년 전 서울대 치의학과에 입학해 삼성의료원에서 전공의 생활을 마친 의사 출신이다. 장애인 재활병원 ‘푸르메’에서 환자를 돌봤다. 그는 “공중보건의 시절, 영국 비평가 존 러스킨이 쓴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를 읽었다”며 “책을 읽으며 세상을 풍요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을 털어놓자 부모님은 반대했다. 지인들 대다수도 만류했지만 그는 소신을 밀어붙였다. 2013년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를 설립하고 토스를 출시했다.

이후 토스의 성공을 발판으로 지난해 4월 새로 설립된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초대 회장에 올랐다. 내년 4월까지 회장을 맡은 그는 임기 중 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겪는 규제와 비즈니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할 것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토스를 출시하는 데 약 2년이 걸렸는데 규제 문제로 1년, 시중 금융사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데 다시 1년이 걸렸다”며 “국내 핀테크 산업이 성장하려면 규제나 파트너십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만큼 공통의 플랫폼을 통해 이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내 핀테크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형 금융사와 벤처·신생 혁신기업(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은 경쟁사이자 동반자라는 것이다. 그는 “대형 금융사들이 잘할 수 있는 핀테크 비즈니스가 있고 작은 회사들이 속도감 있게 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있다”며 “대형 금융사와 작은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한다면 시장에서 금융 소비자들의 편익이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할 수 있는 분야가 있고 작은 핀테크기업이 잘 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대형 금융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소비자 금융정보를 벤처·스타트업을 위해 고객 동의를 전제로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특히 금융기관 등은 소비자 금융정보를 다 갖고 있지만 핀테크 기업들은 이 정보를 이용하지 못한다”며 “많은 핀테크 기업들이 고객에 대한 금융정보가 없어 수준 높은 서비스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웬디 '상큼 발랄'
  • 웬디 '상큼 발랄'
  • 비비 '아름다운 미소'
  • 강나언 '청순 미모'
  • 문가영 '부드러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