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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이슈] 항생제에 빠진 지구…대재앙 시대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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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08 20:02:15 수정 : 2017-10-08 20: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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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대재앙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영국 보건부 최고의학책임자(CMO) 샐리 데이비스 박사는 항생제 오남용 등으로 확산하고 있는 약물 내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새로운 항생제 등이 개발되지 않으면 간단한 수술이나 작은 상처 또는 감염만으로도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다음 주 독일 베를린에서 항생제(또는 약물) 내성을 주제로 유엔, 영국 정부 등이 참여하는 긴급회의가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넘어서는 속도로 항생제 내성 사례, 슈퍼 박테리아 등이 급증하자 개최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mcr-1 유전자를 가진 슈퍼 박테리아.

실제 올해 ‘미국 미생물학 학회’에서 보고된 바에 따르면 ‘최후의 항생제’라고 불리는 콜리스틴에 내성을 가지는 mcr-1 유전자를 가진 슈퍼 박테리아가 지난해와 비교해 급속히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한 지역의 경우 입원한 환자의 4분의 1에서 이 유전자가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현재 매년 70만여명 정도가 약물 내성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2050년이 되면 이 수치가 1000만여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베를린 회의 한 참석자는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인류가 맞닥뜨리고 있는 많은 위협 중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가 약물 내성이라고 지적한다. 약물 내성이 광범위하게 퍼지면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던 현대 의약품들 대부분이 쓸모없어지고 최악의 경우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1928년 이전으로 인류의 의학 수준이 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나단 피어스 영국 의학연구소 교수는 “평범한 수술이나 관절 대체 수술, 제왕절개, 화학요법 등도 모두 항생제에 의존하고 있는 요법”이라며 “일상적인 감염이 (예전 인류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항생제 내성을 갖는 슈퍼 박테리아 등의 출현 원인으로 항생제 오남용을 지목하고 있다. 가디언은 서방 의사들의 경우 환자들이 원하는 만큼 항생제를 과다하게 처방해주고 있고, 농부나 어부 등도 가축 성장 촉진을 위해 무분별하게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가축에 대한 항생제 사용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샐리 데이비스 박사는 “인도 갠지스강의 경우 순례기간에는 환자 혈액에서 검출될 정도의 항생제 수치가 확인된다”며 “이는 매우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특히 항생제에 저항하는 ‘비정상적인 계통 혹은 종’이 공장식 사육시설에 있는 가축들 사이에서 전파될 경우 퍼지는 속도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내성 정도도 강해질 수 있다고 예측한다. 쉽게 치료됐지만 이제는 다제내성 결핵(MDR-TB)의 출현으로 매년 19만여명이 사망하는 결핵도 이런 사례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매튜 애베슨 브리스톨대 교수는 “1950년대 개발된 콜리스틴(최후의 항생제)은 독성이 발견돼 주로 동물에 사용됐는데, 다른 항생제의 내성이 확인되자 나중에 사용됐던 사례”라며 “콜리스틴에 기대를 갖고 있지만 콜리스틴의 유전자가 이미 퍼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랜스 프라이스 조지 워싱턴대 교수 역시 “이런 의약품들을 인간에 남용하고 가축 성장을 위한 값싼 도구로 사용하면서 슈퍼 박테리아는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를린 회의에서 발제를 맡은 짐 오닐 전 영국 전 재무부 차관은 보고서를 통해 “의사들이 처음으로 항생제가 보편화되었을 당시인 1950년대처럼 각 증상에 맞는 항생제 처방을 내려야 한다”며 항생제 오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알레스테어 헤이 브리스톨대 교수는 짐 오닐의 견해에 동의하면서도 이런 방법이 오랜 시간이 걸려 일부 환자가 위험해지고,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신중히 집행돼야 할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사진=가디언, 알라미 스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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