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피로감에다 국제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이 시세 정보에 빗썸,코인원,코빗 3개 한국 거래소를 제외키로 한 영향이 겹친 것으로 보인다. 코인마켓캡은 8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한국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가격 변동이 심하고 차익 거래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가격 산정에서 일부 한국의 거래소를 제외했다”고 밝혔다. 코인마켓캡은 전세계 7666개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포함한 1386개 가상화폐 시세를 집계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럼에도 국내 시장에서 가상화폐 가격은 여전히 높다. 이날 오후 3시경 코빗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2400만원 안팎서 움직인데 비해 해외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의 가격은 훨씬 낮은 1만5000달러선을 가리킨다. 이날 하나은행 송금환율 달러당 1077.70원으로 계산하면 국내 가격이 해외시장 가격(1616만원)보다 48.5%(784만원)나 비싸다. 이더리움도 코빗의 거래가격이 190만원 안팎으로 코인데스크의 1210달러(130만원)보다 46%(60만원) 비싸다.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다.
가격이 하락하는 중에도 ‘김치 프리미엄’은 꿋꿋한 형국이다. 이유가 뭘까. 박성준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이 맞물린,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국내에서 암호화폐를 채굴하는데 한계가 있고, 결국 해외시장에서 조달해야 한다”면서 “공급이 달리다보니 해외시장과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몰리는 것에 대해선 사회학적 고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취업은 어렵고 집값은 치솟고, 여러가지로 답답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꽉 막힌 현실이 한방의 유혹을 부추긴다”는 얘기다.
이 보다 주목할 것은 공급 부족이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정부 규제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외국인의 가상화폐 투자를 금지하고 해외시장에서의 가상화폐 구입을 위한 외환송금도 틀어막으면서 공급 통로가 막혔다는 것이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 공동대표는 “외환을 송금할 때는 목적을 밝히게 되어 있는데 가상화폐 구입 용도로는 송금을 못하게 해놨다”면서 “해외시장과 국내시장의 가격이 점점 벌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간 가격차이는 재정거래(차익거래)를 통해 균형을 맞춰가는 법인데 정부가 이 통로를 막음으로써 한국이 가상화폐의 갈라파고스 섬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김치 프리미엄’을 정부가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차익거래란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산 뒤 해당 가상화폐를 국내거래소 계좌로 옮긴 뒤 국내시장에서 파는 것이다. 40∼50% 가격차이라면 차익이 쏠쏠할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선 차익거래 방법으로 소개하면서 “1억을 굴리면 한달에 1000만원 이상 번다”는 유혹의 글들이 적잖다. 그러나 이론일 뿐이다.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사려면 일단 외환(달러)을 해외거래소 계좌로 보내야 하는데 이 통로는 막혀 있다. 통로가 열린다 해도 외환거래법상 1인당 송금한도는 연간 2만달러(2000여만원)로 제한된다. ‘환치기’등 불법적 방법으로 가상화폐 차익거래를 시도하는 이들은 별개지만 말이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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