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인천·전북 등 곳곳서 사기 적발…"사회적 대책 마련해야"
'나도 곧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부푼 꿈을 안고 '대박'을 노린 투자가 알맹이 하나 건지지 못하는 '쪽박'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경제 여건에 만연한 한탕주의 심리가 가상화폐 사기 범죄를 부추긴다"며 경계를 당부했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유령 거래소를 만들어 투자금을 가로채는 등 가상화폐를 매개로 한 신종 사기 범죄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중국 국영은행에서 발생한 전자화폐에 투자하면 1만 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5천100여 명에게 315억원을 받아 챙긴 일당을 적발했다.
이들은 2014년 12월부터 반년 동안 서울 강남구 등 전국에 가상화폐 판매센터 79곳을 차리고 투자자를 모집해 거액의 투자금을 가로챘다.
투자자들은 "가상화폐에 돈을 넣으면 억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속아 투자금을 입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북경찰청도 지난해 11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에 투자하라고 꼬드겨 투자금 일부를 가로챈 일당을 붙잡았다.
이들은 전국에서 가상화폐 설명회를 열고 "이제 기존 화폐의 시대는 끝났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돈을 쉽게 벌 수 있다. 초기 투자자는 17만원으로 1억원을 벌었다"며 투자를 종용했다.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 투자자 수천 명은 380억원을 이들에게 건넸으나 대부분 돌려받지 못했다.
가상화폐를 수집하는 목적으로 개조한 고성능 컴퓨터, 일명 '채굴기'를 미끼로 한 사기 범죄도 발생했다.
대전경찰청은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비트코인 채굴기를 판매한다고 속여 현금을 가로챈 20대를 검거했다.
그는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분 2016년 5월 인터넷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시중보다 싸게 비트코인 채굴기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려 35명에게 4천728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조사 결과 그는 가상화폐 원리 등에 대한 지식이 없었지만, 채굴기가 고가에 거래되는 점을 노려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에서는 비트코인보다 비교적 덜 알려진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내세운 대규모 다단계 사기 행각이 발각됐다.
인천지검은 이더리움 채굴기 운행대행 업체 회계관리를 담당하는 임원 등 18명을 구속 기소하고 도주한 7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다.
업체 홍보를 담당한 유명 가수 등 3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1년 넘게 이더리움 채굴기에 투자하면 가상화폐로 수익금을 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해 2천70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에게 투자한 한 30대 남성은 결혼 자금 2천500만원으로 채굴기를 샀다가 아무런 이익도 거두지 못했고, 한 퇴직자는 퇴직금 5천만원을 모두 날리기도 했다.
이 밖에 인천과 광주 등에서도 "가상화폐에 투자하라는 말에 속아 손해를 봤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빈번한 가상화폐 투자사기 범죄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상화폐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신종 투자사기 범행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며 "범행 대부분은 선순위 투자자가 고수익을 미끼로 후순위 투자자를 모집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위험만 감수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가상화폐 투자 열풍에 편승한 사기 범죄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도박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과열돼 있다. 누구나 가상화폐 투자에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적당할 때 빠져나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주저하지 않는다"며 "가상화폐 투자로 일상이 마비된 사례를 보면 사실상 (가상화폐 투자는) 도박이나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현상이 지속하다 보면 온라인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노리는 투자사기 범죄가 잇달아 발생할 수 있다"며 "가상화폐 범죄를 단순히 경제 논리에서만 보지 말고 사회학적 측면에서도 접근해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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