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핵잠수함 지휘부의 작전 판단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기존 핵잠수함 컴퓨터시스템에 AI 기능을 탑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핵잠수함에 AI가 도입되면 승무원이 직접 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적의 위협을 감지할 수 있다. 특히 적 목표물을 탐지하는 소나(SONAR·수중음파탐지기)의 기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어 급변하는 전장 상황에서 지휘관의 오판을 줄일 수 있다.
현재 핵잠수함에 적용되는 컴퓨터는 민간기업 등에서 사용되는 컴퓨터에 비해 한참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전투 상황에서 적의 공격에 견디기 위해 컴퓨터의 기능보다는 내구성을 위주로 한 시스템을 핵잠수함에 탑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닷속에서의 잠수함 작전은 컴퓨터 시스템에 의존하기보다는 거의 승무원이 담당한다. 중국과학원 주민 연구원은 “AI는 최근 수년간 중국 잠수함 기술 연구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 가운데 하나”라며 “AI는 수중 전쟁의 양상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핵잠수함에 AI 도입을 추진하는 건 미군에 비해 크게 열세인 핵잠수함 전력을 한 번에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잠수함 전력을 미국과 같은 규모로 증강해서는 미군 전력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미국은 현재 72척의 핵잠수함을 가진 세계 최대 핵잠수함 보유 국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중국의 핵잠수함은 7척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미 해군의 시울프급이나 로스앤젤레스급 핵잠수함에 비해 소음이 큰 데다 항속거리가 짧고 무장탑재 능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 해군을 지원하는 정보기술(IT) 회사 대표인 조 마리노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스텔스, 센서, 무기 등과 결합한 AI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면 미국의 수중 지배력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AI가 핵잠수함에 적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있다. 우선 대용량 컴퓨터가 필요한 AI를 잠수함의 좁은 공간에 탑재하기가 쉽지 않다. 한 과학자는 “이것은 코끼리를 구두 상자 안에 넣는 것과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투에서 AI가 충격을 받고 오작동하지 않을 정도의 내구성도 필요하다. 전투에서 AI가 자의적 판단을 내릴 때 발생할 위험 또한 고려해야 한다. 주민 연구원은 “제어가 안 되는 AI가 한 대륙을 파괴할 정도의 핵무기를 지닌 잠수함을 장악한다면 그 결과가 어떨지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며 “이는 핵잠수함에 AI를 도입할 때 반드시 감안해야 할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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