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갖고 있는 함의는 단지 스포츠에만 머물지 않는다. 올림픽이 열리는 현장은 국제정치와 외교의 장, 그리고 문화와 기술의 전시장으로 개최국의 역량을 한껏 뽐내는 자리이다. 평창올림픽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 우리의 기술을 전 세계에 소개하기에 충분했다. 주요 외신도 평창올림픽에 적용된 첨단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개막식에서 보여준 인간과 기술의 조화는 다가오는 미래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을 주고 있다. 올림픽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오륜 공개와 성화 점화 순간으로 모든 올림픽은 이 두 순간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곤 한다.
평창올림픽에서는 첨단기술이 집약된 드론으로 평창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현란한 쇼로 오륜을 선보였다. 이제까지 드론쇼를 약 130회나 진행할 정도로 많은 경험이 있는 인텔사가 주도했지만 1218개의 드론을 동시에 움직이는 것은 생각만큼 단순한 일이 아니다. 3차원(3D) 애니메이터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통해 드론의 움직임과 빛의 조합을 사전에 프로그래밍한 후 실제로 구현해야 하는데, 모든 드론이 서로 겹치지 않게 동시에 움직여야 하기에 많은 드론으로 쇼를 하는 것은 매우 고난도의 작업이다. 게다가 플라스틱과 발포고무로 만든 직경 15㎝에 무게가 330g밖에 되지 않는 드론이 바람이 심하게 부는 평창에서 정밀하게 구현되기는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
사실 이번에 우리가 본 드론의 오륜 영상은 2017년 12월 사전녹화된 영상으로서 원래 계획은 개막식 당일 개회식장에 300개의 드론으로 오륜기를 띄우려고 했다. 그런데 평창에 오기 전, 핀란드의 험한 날씨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결국 당일 라이브 쇼를 취소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드론쇼는 불가항력의 상황에 맞닥뜨리기 십상이다.
드론쇼가 반가운 또 다른 이유는 세계에서 최초로 시범운용한 5세대(5G) 네트워크를 드론쇼에 사용했다는 점이다. 지연시간 없이 실시간으로 무한한 디바이스에 연결하게 하는 5G 네트워크는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핵심 인프라이다. 지능정보화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발전해야겠지만, 5G기반 없이는 가상현실(VR)이나 인공지능(AI) 등 그 어느 것도 상용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드론쇼는 우리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반면 성화 점화 순간은 인간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전해진 장면이었다. 수많은 최첨단 기술이 펼쳐진 후 김연아가 등장해 선보인 안무는 오직 인간의 몸 하나만으로 전하는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였다. 은반 위에서 펼쳐진 30초의 마법은 인간의 상상력과 꿈을 펼쳤고, 전 세계인이 숨죽이며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30년 전 서울올림픽 개막식 때 보았던 굴렁쇠의 울림 그대로.
정동훈 광운대 교수·인간컴퓨터상호작용학 |
드론 몇 대를 동시에 날게 하고 정교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의미 있는 것은 인간을 위한 기술의 구현 여부이다. 오륜기를 상징하는 강원도 다섯 아이가 평화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담아낸 것과 국경이나 종교의 장벽이 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꿈꾼 노래 ‘이매진’, 그리고 피겨 스타의 아름다운 움직임은 그래서 더욱더 의미가 깊다.
인간과 기술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 좋은 사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2018년 평창올림픽 개막식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정동훈 광운대 교수·인간컴퓨터상호작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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