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상을 차려입고 졸업식에 참석한 일본 초등학생들. 얼마 전부터 이런 복장을 갖추는 것을 당연한 것처럼 인식돼 부모들 부담이 크다. |
20일 주니치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유행처럼 번진 ‘하카마’가 학부모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한편 옷의 불편함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하카마는 졸업식이나 성인식 날 입는 일본 전통의상이다.
전통의상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긍정적인 점이지만 문제는 이 옷이 매우 고가에다 옷을 입기 위해 어린 학생들이 성인처럼 화장하고 화려한 장신구 등을 선호하는 데 있다.
또 옷의 특성상 혼자서 입고 벗을 수 없어서 화장실을 가려면 부모나 선생님들이 따라 다녀야 하는 수고와 옷이 긴 탓에 계단 등에서 옷자락을 밝고 넘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유행을 틈타 업체의 얄팍한 상술이 더해져 옷을 빌리고 화장하는데 무려 5만엔(약 50만 5000원)의 비용이 들어 부모의 소득 격차에 따라 학생들 사이에서 등급이 나뉘는 등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몇몇 학부모들과 학교는 학생들의 전통의상 착용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하지만 의견이 다른 부모들은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졸업식이라며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가로막아 추억을 망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문제와 부모들 사이에서 갈등이 깊어지자 일본 교육위원회는 학생들의 전통의상 착용 문제를 검토하며, 일부 학교에서는 부모들 동의로 하카마 착용을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졸업생 자녀를 둔 42세 여성은 “혼자 전통의상을 입지 못한다면 그 아이에게는 불행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며 “부모들 마음은 아이가 기죽지 않고 밝게 자랐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부담되더라도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입학식에도 하카마를 착용이 늘고 있다. 식에 참석한 몇몇 부모도 전통의상을 입고 있다. |
한편 교육 평론가 오키 나오키는 “평상복 중에서도 설이나 기념일에 입는 옷이 누구에게나 있다"며 "졸업식 날 이런 옷을 입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비싼 하카마를 입히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입을 순 없다"며 "입을 수 없는 아이들 그리고 사줄 수 없는 다른 가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도 학부모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주니치신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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