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9일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원장 재상고심에서 대법관 11대 2 의견으로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국정원 이종명 전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도 나란히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2년6개월이 확정됐다.
2012년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19일 대법원 재상고심으로 거의 5년 만에 징역 4년형을 확정받았다. 사진은 원 전 원장이 지난해 7월 서울고등법원에서 파기환송심을 받고 나오는 모습이다. 뉴스1 |
다만 김창석·조희대 두 대법관은 “원 전 원장과 이 전 차장의 경우 국정원 직원들과 선거운동을 공모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선거법 위반 행위로 인정되는 댓글 활동 규모도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 개입으로 보기 미미한 수준”이라고 반대의견을 냈다.
이번 재상고심의 최대 쟁점은 2012년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팀의 댓글 활동이 선거법을 위반한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심은 무죄로, 2심은 유죄로 각각 판단한 가운데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첫 번째 상고심 재판에 나섰다. 당시 대법원은 “검찰이 제출하고 2심 재판부가 유죄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삼은 ‘425지논’과 ‘시큐리티’란 이름의 국정원 내부 자료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2심의 유죄 판결을 깼다. 이어 선거법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을 보류한 채 서울고법에서 다시 심리토록 했다.
이에 파기환송심은 2년 가까이 심리한 끝에 지난해 8월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또다시 유죄로 판단했다. 그 사이 박근혜정부에서 문재인정부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져 국정원 개혁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진 것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민간인들로 구성된 TF는 국정원 내부 자료를 샅샅이 뒤져 원 전 원장의 대선 개입을 보여주는 다른 문건을 다수 찾아냈고, 이는 검찰을 통해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새 증거물로 제출됐다.
2008년 MB가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에 임명됐다. 이후 국정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MB정권이 끝날 때까지 운명을 함께했다. 국정원장 재임 시절인 2009∼2012년 온라인에서 댓글, 트위터 등을 이용해 MB와 여당을 지지하고 야당이나 야권 정치인은 비방하는 활동을 벌인 것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원 전 원장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3건의 다른 재판이 진행 중이다. 민간인들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에 국정원 예산을 지원한 국고손실 사건,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과 함께 국정원 외곽 단체를 만들고 안보교육을 명분 삼아 우편향 논리를 전파한 정치개입 사건, 김재철 전 MBC 사장과 공모해 MB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방송에서 퇴출시킨 블랙리스트 사건이 그것이다.
박진영·배민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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