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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지지 않는다"는 트윗 요청했지만, 사상 검증은 아니다?

입력 : 2018-04-30 10:46:43 수정 : 2018-04-30 10: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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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람항로' 페이스북 커버 사진

XD글로벌에서 출시한 캐릭터 미소녀 캐릭터 RPG(역할수행게임) '벽람항로(사진)'에서도 사상검증 논란이 터졌다.

26일 원화가 나르닥(Nardack·김은혜)은 트위터를 통해 "오늘자로 '벽람항로'에 업데이트 되었던 제 그림이 임의로 교체되는 상황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사측의 부당한 요구가 있었기에 이렇게 공론화를 한다"면서 '벽람항로' 측과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벽람항로' 측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르닥을 극단적 페미니즘 커뮤니티 사이트 '메갈리아'(Megalia·이하 메갈)로 몰아가고 있는 여론이 있다고 전했다.

나르닥은 "메갈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저랑 전혀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르닥이 공개한 '벽람항로' 측과 나눈 대화 메시지. 트위터 캡처

그러자 '벽람항로' 측은 "난 메갈과 관련이 없고,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줄 수 있는지 묻는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페미니즘은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ㆍ경제ㆍ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를 말한다.

이어 "메갈 측이 아니라는 의견 표명이 없을 경우엔 지속적인 협업이 어렵다는 게 사측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대화 내용을 공개한 나르닥은 "저는 그 어떠한 반사회적인 사상에도 동조하고 있지 않으며, 작업자에 대한 강압적인 사상 검증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전했다.

 '벽람항로' 운영진은 공식 카페에 남긴 공지 사항. '벽람항로' 공식 카페

이후 사상 검증 논란이 일자 27일 '벽람항로' 운영진은 공식 카페를 통해 "로그인 화면의 일러스트 관련 공지"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어 "논란이 된 부분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상당히 민감한 문제라는 걸 저희도 인식하고 있기에, 이와 같은 일이 생길 시 저희는 이에 관해 ‘벽람항로’를 사랑해주시는 ‘유저’ 분들을 더 우선시하는 방향을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저희가 일러스트레이터님(나르닥)께 부탁드린 일은 절대 ‘사상 검증’ 이 아닌 벽람항로의 유저분들과 일러스트레이터님을 이번 일에 연관된 의혹으로부터 지켜 드리고자 함이었음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나르닥이 벽람항로의 일러스트 삭제에 관한 입장문을 올렸다.

이러한 공지에 나르닥은 29일 "벽람항로의 일러스트 삭제에 관한 입장문"을 올려 "작업자에 대한 강압적이고 근거 없는 사상 검증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나르닥은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 정말 크게 경악했고 지금이 21세기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벽람항로' 측의 대응에 강력하게 반발을 표하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또 "회사가 저에게 질문한 반사회적 단체인 메갈의 소속 여부와 별개로, 일부 누리꾼들이 주장하는 '페미니즘은 반사회적이다'라는 주장이 법적, 사회적으로 모두가 합의한 내용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모두가 합의한 내용이) 아니라면 그것은 회사 측의 입장일 뿐이고, 저는 표현의 자유를 가진 개인으로써 회사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벽람항로' 운영진이 나르닥의 입장문에 남긴 입장.

다시 '벽람항로' 운영진 측은 트위터를 통해 "저희는 나르닥을 존중하며, 권익을 지켜드리고자 '논란이 된 부분을 부정하는 공지'를 올려도 될지 확인한 것"이라는 해명을 남겼다.

이러한 게임 업계의 사상 검증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나딕게임즈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게임 '클로저스'는 2016년 7월 제작에 참여하는 성우가 메갈을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교체한 바 있다.

또 지난달 27일에는 넥슨코리아(대표 박지원)가 서비스하고 IMC게임즈(대표 김학규)에서 개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트리 오브 세이비어'(이하 트오세·TOS)의 콘셉트 원화가가 트위터를 통해 한국여성민우회 등을 팔로우 했다는 이유로 대표와 면담하고 사과문을 올리는 일이 있었다.

당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반사회적인 사상’인 페미니즘에 물들었다는 이유로 해고까지 불사하겠다는 이 여성혐오 게시글은 여성들에게 크나큰 충격과 공포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사측이 직무와 무관하게 노동자의 정치적 입장을 검열, 판별, 검증하여 유무형의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노동권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게임업계 사상검증 논란은 잊을 만하면 터지고 있다. 나딕게임즈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게임 '클로저스'와  네오위즈가 개발하고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에서 플레이스테이션4 타이틀로 발매한 리듬게임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에서도 원화가의 트위터 활동을 문제삼는 논란이 일었다.

'여혐'(여성혐오)과 '남혐'(남성혐오)으로 대표되는 성 대결 논쟁이 게임업계로 번지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스팀 han6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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