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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 환호 vs 분노… 다시 불붙은 이·팔 분쟁

입력 : 2018-05-14 18:27:12 수정 : 2018-05-14 23: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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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후폭풍 / 오슬로협정 ‘2국가 해법’ 다시 부정 / 팔 주민들 가자지구서 대규모 시위 / 부상자 900여명 중 절반이 총상 / 美 이방카 부부 등 개관식 참석 / 트럼프 “이스라엘에 위대한 날” / 오늘 ‘대재앙의 날’… 충돌 격화 우려
환호 vs 분노 이스라엘 시민들이 13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승리로 동예루살렘을 차지한 것을 기념하는 ‘예루살렘의 날’을 자축하고 있다(사진 왼쪽). 팔레스타인 시민들은 이날 가자지구 접경지역에서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예루살렘·가자지구=UPI·AF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진행된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은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의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면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더욱 고착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팔 분쟁의 실질적 해법으로 제시됐던 1993년 오슬로협정의 ‘2국가 해법’을 트럼프 정부가 다시 한 번 부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 대사관 이전에 반발하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지구에서 이날 대규모 시위를 벌이던 중 최소 41명이 숨지는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하면서 이·팔 평화협상이 더욱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영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 정부는 이날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을 맞아 개조 공사를 진행한 예루살렘 남부 아르노나의 기존 미국 영사관에서 미 대사관 개관식을 개최했다. 지난해 12월 트럼프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선언하며 텔아비브의 미 대사관을 이전하겠다고 공언한 지 5개월여 만이다. 개관식에는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 공화당 의원 11명 등 800여명이 참석했다.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확립된 원칙에 반하고 이스라엘의 국익만을 위한 행보라는 점에서 이·팔 분쟁을 악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이슬람교 모두 성스럽게 여기는 템플마운트(성전산) 등 3대 종교 성지가 있는 곳으로 1948년 제1차 중동전쟁 이후 승전한 이스라엘이 서쪽을, 요르단이 동쪽을 관할하면서 분리됐다. 이후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동예루살렘마저 장악했는데, 유엔 안보리는 1973년 결의안을 통해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점령은 불법이며 즉각 철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현재까지 주요국들이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이 아니라 텔아비브에 설치한 배경이 됐다. 특히 1993년 오슬로협정을 통해 확립된 ‘2국가 해법’(1967년 이전 경계선을 기준으로 이·팔 공존)에 따라 독립하려는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미래의 수도로 삼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 3만5000여명은 미 대사관 이전 결정에 반발하며 이날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군이 분리장벽에 접근하는 시위대에 총을 발포하면서 14세 소년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주민 최소 41명이 숨졌다. 또 주민 900여명이 다쳤는데 이 중 절반가량은 총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에 살고 있는 교사 알리는 “오늘은 분리장벽을 넘는 위대한 날이며 우리가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을 영원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알려주는 날이 될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순교를 할 것이며 전 세계는 우리의 메시지를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은 시위대에 교전 규칙에 따라 발포했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접경지역에서 타이어를 태우며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개관식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위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미국 백악관 선임보좌관(오른쪽)이 13일(현지시간) 미 대사관 이전 하루를 앞두고 예루살렘 외무부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가지지구·예루살렘=AFP·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미국 백악관 보좌관(오른쪽)과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왼쪽)이 이날 예루살렘의 미 대사관에서 열리는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가자지구·예루살렘=AFP·EPA연합뉴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팔레스타인 정부가 미국을 협상의 중재자로 보지 않고 있다며 향후 이·팔 사태가 더욱 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에 동예루살렘을 뺏긴 날을 기억하는 ‘나크바(대재앙)의 날’이 15일 예정돼 있어 유혈사태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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