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 댓글 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드루킹 김동원(48)씨가 "곰을 기소한 것과 같고, 악어가 악어새를 고소한 것이다"며 물의를 빚은 점은 잘못됐지만 법적으로는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최후진술에 나선 드루킹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내가 트래픽을 올렸는데) 네이버는 늘어난 트래픽으로 광고 수익을 올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드루킹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한다"면서 "하지만 도덕적 비난과는 별도로 법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즉 "네이버 규약에는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댓글 공감 클릭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없었다"며 "제한속도 규정이 없는 신설 도로에서 200㎞/h 속도로 달렸다고 처벌하려는 것과 같다"고 법적으로는 문제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검찰은 "지난달 26일 경찰이 추가로 사건을 송치했다"며 "양형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과 병합해 선고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사건 종결을 늦춰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피고인들이 병합심리를 원하지 않는 이상 원칙적으로 (기일속행을) 허용하기 어렵다"며 "다만 검찰이 추가 기소할 시간을 고려해 3주 뒤로 선고기일을 지정하겠다"고 정리했다.
김씨 등은 지난 1월 네이버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관련 기사에 청와대 등을 비판하는 댓글 50개에 총 2만3800여차례 공감을 자동 클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같은 달 정부의 강남 집값 대책 관련 기사에 달린 "국토부 장관 책임져라"는 댓글에 373회 공감하는 등 이틀간 댓글 1만6600여개에 총 184만3000여 차례 공감이나 비공감 클릭을 한 혐의도 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연합뉴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