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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가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실로부터 제공받은 문건을 분석한 결과 이 문건의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당초 ‘탄핵 기각 대비용’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탄핵 결정 이후 모든 상황에서 적용 가능한 계엄 계획이었던 점이다. 가장 중요한 계엄 발령 조건에 대해 문건은 ‘계엄 선포 결심 조건’이란 별도의 점검표를 만들어 제시했다. 여기에는 ‘탄핵소추안 결정(기각 또는 인용) 이후 집회·시위가 확산되고 있는가’라는 항목이 들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기각됐을 뿐만 아니라 인용된 상황에서도 탄핵 반대 세력에 의한 과격 폭력시위나 폭동이 발생할 경우 계엄령 선포를 검토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기무사는 과격 태극기 집회 시위를 배후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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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문건은 ‘계엄선포 전 언론보도 등 보안 누설시 시민에 의한 계엄군 진입 차단 등 계엄 성패와 직결된다’고 반복 강조하며 계엄시행 여부를 국방부 장관 주재 국방부 비상대책회의에서 국방부 장관 이하 합참의장과 각군 총장 기무사 등 최소한의 인원만 모여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문건 전반에 걸쳐 위수령-경비계엄-비상계엄 등 상황 단계별 필요 조치를 설명했으나 계엄 결정 과정에 대한 항목에선 ‘신속한 사법질서 회복을 위해 전국 비상계엄 선포가 우선 고려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문건은 계엄 선포 시 미국 정부로부터 계엄 인정을 받도록 외교적 조처를 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내용이 포함됐다. 기무사는 계엄 선포 시 조치사항으로 국방부 장관은 주한 미국대사를 초청해 미국 본국에 계엄 시행을 인정토록 협조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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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계엄법 위반 사범에 대한 수사처리 대상도 구체화했다. 수사1국을 맡게 될 기무사는 ‘군’과 ‘민간’ 모두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도록 했다. 형법상 내란·외환죄, 국가보안법 위반 죄, 군형법상 반란·이적의 죄, 군사기밀누설·암호부정사용죄 등을 포함해 계엄시에는 민간인으로 수사를 확대하도록 했다. 헌병대와 경찰, 국정원은 기무사 이외의 범죄와 사이버 범죄 수사 활동 등을 수행하도록 했다.
계엄사의 정부 부처 장악 계획도 매우 상세했다. 계엄사의 원활한 정부부처 지휘·감독을 위해 계엄 선포 12시간 내에 각군에서 각 부처로는 중·대령급 장교 2명씩 계엄협조관을 보내고, 반대로 각 부처에서 계엄사로는 5급 이상 공무원 2명을 정부연락관으로 보내는 정부부처 조정·통제 방안도 문건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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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기무사는 계엄 상황에서 전국 대학을 휴교시켜 대학생 시위도 원천봉쇄하려했다. 전국의 대학은 24시간 이내에 휴교하도록 했다. 언론과 대학 등이 해당 내용을 위반할 경우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할 수 있으며 계엄법 14조에 의거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경고 문구도 첨부했다.
정치부 종합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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