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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보 개방에 주변농가 집단폐농 위기

입력 : 2018-08-01 21:00:36 수정 : 2018-08-01 21: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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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 고갈’ 부여 농민들 피해 / 보 개방으로 지하수 수위 낮아져 / 300여 농가 한 달 가까이 물 끊겨 / 반대 집회… 정부 ‘일방 행정’ 지적 / “농민을 버리지 않는 국가 돼달라” 금강 백제보 상류의 충남 부여군 부여읍 ‘자왕벌’은 국내 최대 시설 하우스 농업단지다. 930여동에 이르는 비닐하우스에서는 사시사철 토마토, 수박, 오이, 딸기, 멜론 등을 생산해 국내 과채류 시장의 가장 중요한 공급처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금강 변 너른 들판을 따라 펼쳐진 이 풍요로운 농촌에 최근 위기가 닥쳤다.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한 환경부의 4대강 보 개방 계획으로 농사지을 물이 끊길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 지역 농민들은 수질이 나쁜 금강물 대신 그 물이 스며들어 정화된 지하수로 농업용수를 조달하고 있다. 따라서 보 개방으로 수위가 낮아지면 지하수가 고갈돼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게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농민들은 1일 “지난해 11월13일 환경부가 아무런 통보도 없이 보를 개방하면서 300여 농가가 한 달 가까이 영문도 모른 채 지하수가 끊겨 큰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4.2m이던 백제보 수위를 2.5m로 내리자 지하수 수위가 무려 3m나 내려가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금강 백제보 전경.
정부는 “인근의 취수장을 통해 이틀이면 금강 물을 조달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지만, 오염된 지표수를 사용할 수 없는 농민 형편은 아랑곳하지 않는 탁상행정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올해 들어서도 잇따라 보 개방 계획을 예고하고 있다. 농민들 반대에 부딪혀 미뤘지만 4월부터 지난달 27일까지 벌써 네 번째다.

사전 대책 없이 밀어붙이는 정부에 뿔이 난 농민들은 최근 농민 대책위를 구성하고 맞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30일에는 부여군청 앞에서 백제보 개방 반대 집회를 열었다.

농민대책위는 이날 ‘부여군민께 드리는 호소문’에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농민들에게 통보 없이 백제보를 개방해 한 달여간 큰 피해를 입게 했다”고 지적하고 “이럼에도 정부는 현재까지 아무런 대책도 강구하지 않고 피해보상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백제보 임시개방을 또 시도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백제보 개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논의해 최소한의 농업용수 대책을 세우고 보를 열어야 한다”면서 “불 보듯 뻔한 피해 앞에 놓인 농민들의 심정을 헤아려 국가가 농민을 버리지 않는 행정을 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영기(51) 백제보농민대책위 위원장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수심 확보를 위해 6m 이상 하상의 골재를 파낸 상태여서 이대로 보를 개방해 물을 빼면 지하수가 고갈되고 폐농도 불가피해진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정부가 공업용수로 많이 쓰이는 한강이나 낙동강 지역 보는 못 열면서 만만한 농민만 잡으려 한다”며 “수질이 떨어지는 강물을 정화해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선행하지 않는 보의 일방적 개방은 결사반대”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발표를 통해 올해 말까지 모니터링과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4대강 보에 대한 정부 방침을 결정할 계획(한강과 낙동강 유역은 6개월 유보)이다. 이어 공론화 과정을 거쳐 내년 6월까지 보를 허물거나 상시개방하는 방안을 최종 결정키로 했다.

백제보를 관리하는 수자원공사는 지난달 27일 보를 임시 개방키로 했다가 농민 반대에 부딪히자 4.2m이던 수위를 4m로 유지하는 선에서 일부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부여=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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