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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과학기술로는 자연재해(자연현상)를 예측할 수는 있어도 예방하지는 못한다. 발생 시기를 미리 알아내거나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기상을 관측해 재해의 규모를 가늠해 대비하거나 나무를 많이 심고, 댐을 만들고, 둑을 쌓고, 대피훈련을 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이 허리케인 발생 자체를 막기 위해 요오드 결정체를 허리케인의 눈에 뿌려보기도 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인공 강우도 실험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연재해에 관한 한 인간은 아직까지 속수무책이다.

인간은 자연현상을 사실과 가설, 법칙과 이론을 통해 원리를 밝혀내려 애쓰고 있다. 인간이 알지 못하는 자연현상은 ‘초자연적 현상’으로 취급되기 일쑤다. 지구 환경 파괴로 가속화되고 있는 온난화도 자연현상의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빈번한 각종 기상이변도 이들에겐 단순한 자연현상으로 보일지 모르겠다.

태풍 ‘솔릭’ 때문에 온 나라가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벙커’로 불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찾아가 ‘국가적 비상대비태세’를 지시했다. 전국 12개 시도 7835개 학교가 교문을 닫았다. 창문이란 창문은 죄다 잠기고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었다. 우려와 달리 솔릭은 예상보다 작은 피해를 내고 한반도를 빠져 나갔다. 천만다행인데 정부와 기상청에 돌팔매가 쏟아진다. “정부와 기상청의 허풍과 설레발은 역대급이었다” “대비는 좋지만 중간중간 나온 특보는 정말 오보 수준을 넘어 오버였다”는 등의 조롱이 빗발쳤다. “별일 없으면 된 거 아니냐”는 반응도 적지 않다.

대만 어디쯤에서 태풍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열대저압부가 꿈틀거리고 있다. 태풍으로 커지면 그놈은 우리가 태풍 이름으로 낸 ‘제비’가 된다. 기상청 실력을 다시 한번 테스트할 기회가 될지 모르겠다. 태풍 소동 끄트머리에 2만년 전에 만들어 진 북극 빙하가 10여년 뒤면 모두 녹아내리고, 그것을 막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경고가 나왔다. 기상청의 ‘솔릭’ 예보보다 더한 역대급 허풍이었으면 좋겠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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