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 지난 29일 한국과의 2018아시안게임 준결전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베트남 관계자와 약속이나 한 듯 키가 엇 비슷하다. |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 베트남 국민 '아빠'가 된 사연이 공개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항서 이름을 알 턱이 없는 베트남 축구계를 "나도 당신들처럼 키가 작다"라는 말 한마디로 사로 잡았다. 이른바 감성 마케팅이 성공한 셈이지만 끈끈한 동질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단체경기, 축구의 본질을 꿰뚫었으며 그 결과가 박항서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대표팀 감독을 맡은 박 감독은 그해 12월 M-150컵에서 라이벌 태국에 2:1승, 올 1월 아시아 23세이하 축구선수권대회 준우승에 이어 2018아시안게임 4강 진출 등으로 베트남 최고 유명인사가 됐다.
한국에선 박 감독에 대해 쌀딩크(쌀국수+히딩크)라는 별명을 붙였으나 베트남 선수들은 그를 파파(아빠)라고 부르고 있다. 이 소식이 베트남 전역에 퍼져 박 감독은 '국민 아빠'로 불리고 있다.
▲ 베트남, 유럽출신 유명한 감독 원했다
30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박 감독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이동준 'DJ매니지먼트' 대표가 나와 박 감독에 얽힌 뒷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축구가 최고 인기스포츠인 베트남은 급성장하는 국력에 발맞춰 축구도 탈 동남아시아를 외치며 전력 보강에 나섰다.
그를 위해 유능한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히려 했다.
이 대표는 "베트남 언론들이 '좋은 유럽의 감독을 모셔올 줄 알았는데 왜 이런 한국에 있는 감독을 데려 왔냐'며 비판적 기사를 내 보냈고 베트남 협회 안에서도 '이래도 되냐'는 갈등이 있었다"고 했다.
▲ 베트남 감독에 300명 지원, 일본 감독과 최종 경쟁 펼쳐
베트남 축구대표감독 자리에 유럽,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300명에 가까운 지원자가 몰려 들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 축구협회는 '선수와의 호흡을 위해 아시아 명장을 뽑자'고 방향을 정했다.
그 결과 박 감독은 일본 감독과 최종후보로 올라 베트남 협회의 검증을 받았다.
이 대표는 "전전임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 일본인이었는데 그렇게 잘 만들지 못했다"며 일본 축구 지도력에 베트남측이 의구심을 가진 것이 박 감독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밤 시리아와의 8강전 연장에서 결승골이 터지자 격정에 못 이겨 훅 세리머리를 펼치고 있는 박항서 감독. |
▲ 한국서도 퇴출된 감독?, 박항서 "고향팀에 간 것 뿐"
베트남측은 박 감독이 한국 프로팀에서도 퇴출 돼 창원으로 내려간 사실을 놓고 불안해 했다.
이에 창원옆 경남 산청이 고향인 박 감독은 "고향팀을 위해 봉사하려는 마음이 컸다"고 당당히 밝혔다.
여기에 2002월드컵 4강신화 때 한국대표팀 수석코치, 아시안게임 동메달획득 등 경력을 덧붙였다.
▲키가 작은 단점이 결정적 장점으로 대변신, "나도 너희들처럼 키가 작아 그 아픔 안다"
이 대표는 박 감독이 낙점 받은 결정적 원인을 "키가 작았던 거, 크게 되게 큰 포인트였다"고 고백했다.
면접때 박 감독은 " 베트남 선수들 키가 작기 때문에 플레잉 스타일을 좀 적용하고 이용하는 데 키 작은 선수 출신의 감독이 잘한다"라는 점을 강하게 어필시켰다.
박 감독은 "내가 키가 작으니까 키 작은 선수들의 비애를 잘 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성인남성 평균키는 164~165cm가량이다.
지난 29일 한국과의 2018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1-3으로 패한 뒤 "잘 싸웠다"며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는 박항서 감독. 선수들과 엇비슷한 키에 아버지 같은 면모로 '베트남 국민 아빠'로 불리고 있다. |
▲ 박 감독 프로필에 170cm, 사실은 운동화 신고 잰 키
박항서 감독 프로필을 보면 키 170cm로 나와 있다. 하지만 박 감독 키는 166cm 남짓하다. 흔히 말하는 "운동화 신고 잰 키"인 셈이다.
▲ 호적엔 박항서 1959년생, 김학범 1960년생, 사실은 3년 선후배 사이
박항서 감독은 1959년생, 김학범 한국대표팀 감독은 1960년생으로 돼 있다.
하지만 박 감독은 한양대 77학번, 김 감독은 명지대 80학번이다. 한 자리에 앉아 감히 말을 건네기 힘든 3년 선후배 사이다.
▲ 박항서 신드롬 시작은 라이벌 태국전에서 승리
이 대표는 베트남이 박 감독을 인정한 결정적 계기가 "지난해 12월 M-150컵에서 태국에 2-1승을 거둔 일"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베트남-태국전은 한일전보다 더 격렬한 최고의 빅 이벤트라며 라이벌전에서 10년간 지다가 박 감독이 부임해 10년만에 이겼다, 그 것도 태국 부리람 원정경기서"라고 했다.
▲ 국민아빠 박항서, 베트남 CF 출연 의뢰 밀물처럼
이 대표는 베트남 국민아빠가 된 박 감독에게 지금 아빠 이미지 광고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박 감독 인기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으로) 베트남 사람들과 우리 한국 사이의 악연이 있는데 한 번도 정치, 외교적으로 풀어내지 못했다"며 "이런 상처를 박 감독 혼자 다 치유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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