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같이 아름다운 해변에서 가족들이 평온한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아이는 배가 고프고, 엄마는 자연스럽게 밥을 먹인다. 하나의 작품 같은 이 사진은 봉태규가 공개한 아내의 모유수유 장면이다.
지난 4일 봉태규는 인스타그램에 가족과 함께한 휴가 사진과 함께 ‘Breastfeeding Doesn’t Just Happen’ 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모유수유는 저절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라는 의미의 문장은 사진작가인 아내가 직접 붙인 이 사진 창작물의 제목이기도 하다.
봉태규는 사진에 대해 “본비는 배가 엄청나게 고팠고 원지는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있습니다. 옆에 시하는 늘 보아왔던 풍경이라 그런지 아주 무관심하게 자신의 모래놀이만 집중하고 있고요” 라며 설명을 보탰다.
이어 “어떠세요? 제가 보기에는 가장 멋진 모습으로 가장 아름다운 사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시하의 태도가 아주 마음에 듭니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봉태규의 사진은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자신을 ‘모유수유맘’ 이라고 지칭한 누리꾼은 “외출때 정말 불편한 게 많은데 어디서든 맘편하게 수유하고 싶네요”라며 공공장소에서 모유수유를 한 이들 부부에 지지을 보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가정 그대로의 모습을 비춰주셔서 감사하다. 한국사회에 정말 필요한 생각의 전환이 많은데, 이런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다시 한 번 생각을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게시물 말미에 봉태규가 남긴 해시태그도 눈에 띈다. ‘#breastfeedinginpublic(공공장소 모유수유)’은 세계 여러 국가에서 가장 활발한 논의가 벌어지는 이슈 중 하나다. 많은 국가들이 공공장소 모유수유를 법적으로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를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시각이 존재한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 활동중인 사진작가가 비행기에서 모유수유를 하다 모욕을 당한 사건은 국내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3살 딸아이의 엄마인 레카 니아리는 비행기에서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다 다른 여성에서 “역겹다”는 말을 들었다. 니아리가 가슴을 드러낸 것이 성적인 유혹처럼 곡해된 것이다.
봉태규가 공개한 모유수유 사진에도 이와 비슷한 불편함을 느낀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사진을 기사에 다룬 한 기사에는 “자기 아내 모유수유 하는 사진을, 그것도 비키니입고 가슴 드러내고 있는 사진을 왜 공개하지” 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니아리를 비난한 여성처럼 이 누리꾼도 ‘여성의 가슴’이라는 특정 신체 부위의 선정성에 집중했다.
봉태규의 아내와 니아리를 비롯한 ‘모유수유맘’ 대부분은 공공장소에서의 모유수유가 “아주 정상적인 일”이라고 믿는다. 모유수유는 선정적인 행위가 아닌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모유수유가 ‘정상적인 일’을 넘어선 ‘사랑의 언어’라고 표명한 이도 있다. 올 초 바티칸에서 열린 신년 세례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당 내 모유수유를 허용하면서 이를 아이를 향한 사랑의 언어라고 표현했다. “사랑의 언어(모유수유)를 통해 아이들에게 믿음을 가르쳐야 한다”는 교황의 말은 국제 사회의 공공장소 모유수유 지지기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아란기자 aranciata@segye.com
사진 = 봉태규, rekanyariphotography', 로마 교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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