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발언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 등으로부터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지지 여론을 형성해 비핵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듯하다. 제재 완화를 비핵화를 추동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낸 건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과 제재였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지키도록 견인할 지렛대도 제재다. 북한이 핵 신고조차 거부하고 있는데, 문 대통령이 아무리 조건부라고 해도 제재 완화를 거론한 건 너무 성급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북한 비핵화에는 진전이 없는데 남북관계만 너무 앞서간다는 우려가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미 국무부는 어제 남북이 고위급회담에서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11월 말∼12월 초 진행키로 합의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이 밝힌 대로 남북한의 관계 개선 문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해결하는 것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와 비핵화 문제의 진전이 함께 가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모든 회원국들이 유엔 제재를 완전이 이행하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남북 경협의 과속에 경고음을 내고 속도 조절을 주문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말했듯이 북한 비핵화는 “순탄치 않은 길”이다.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할 지난한 과정이다. 우방국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고 해도 이루기 어려운 목표다. 더욱이 대북제재 완화를 두고 한·미 정부 사이에 불협화음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대통령이 우방국의 오해를 살 수 있는 언급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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