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에 대한 교황의 관심과 애정은 각별하다. 그는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화가 결실을 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틀 전인 10일 미사에서는 “우리 모두 성모 마리아가 한반도에 임해 이 회담을 인도하기를 기도하자”고 했다. 김 위원장이 이런 교황을 평양으로 초청한 의도는 분명하다. 교황을 내세워 북한을 종교의 자유가 있는 ‘정상국가’로 선전하려는 것이다.
북핵은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 평화에 대한 가장 중대한 위협이다. 평화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가톨릭을 포함한 모든 종교에도 마찬가지다. 북핵은 반드시 폐기돼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핵무기 보유 목록 제출(핵신고)조차 거부하면서 미국 측에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북한이 평화의 상징인 교황을 초청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랜디 헐트그렌(공화당)·짐 맥거번(민주당) 미국 하원의원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인권 문제를 포함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신뢰할 수 있고 검증 가능한 북한과의 비핵화 합의에 인권 지표들을 포함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에서 효과적인 대북 압박 수단인 인권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김 위원장은 교황의 평양 방문을 북한 체제 선전에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정상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비핵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종교의 자유를 비롯한 북한 인권의 실질적인 개선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북한 비핵화와 인권 개선은 한반도 평화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것이다. 김 위원장은 교황의 방북을 북핵 포기와 함께 북한 인권 개선을 이루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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