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경북 영주시 영주댐 물문화관 입구. 2년밖에 안 된 표지석에 영주댐의 ‘존재의 이유’가 또렷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표지석 너머로 보이는 영주댐은 물이 바짝 말라 듬성듬성 모래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바닥 드러낸 댐 지난 22일 경북 영주시 영주댐 물문화관에서 바라본 영주댐 전경. 낙동강 수질개선을 목적으로 건설됐지만, 올해 2월부터 구조상 더 내릴 수 없는 최저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
영주댐은 이명박정부의 ‘마지막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됐다. 낙동강 상류의 지천인 내성천을 막아 1억8100만t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영주댐을 지었다. 내성천의 맑은 물을 모아 흘려보내면 낙동강의 수질이 개선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고인 물은 썩는다’는 상식을 증명하듯 댐에 물이 차기 무섭게 녹조가 번졌다. 2016년 7월 첫번째 시험담수를 시작한 지 약 열흘 만에 녹조가 생기더니 3주 뒤 댐 전체에 번졌다. 2차 시험담수를 한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환경부는 올해도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난 2월부터 댐의 수위를 완전히 내리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영주댐 수질 악화의 주범으로는 내성천 일대 축사와 농경지에서 흘러들어온 분뇨나 비료가 꼽힌다. 대구지방환경청과 수공이 지난겨울부터 내성천 일대를 가가호호 돌며 확인한 결과 댐 상류 50㎞를 따라 축분 더미만 860개가 발견됐다.
정경윤 대구지방환경청장은 “많을 때는 1000개도 쌓이는데 대부분 비가림막을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된 것들”이라고 전했다. ‘소똥 더미’가 100m마다 1개씩 놓여 있는 셈이다.
또, 영주댐 유역면적에서 논과 밭이 차지하는 비율은 21%에 달한다.
비만 오면 축분이나 비료가 곧바로 하천에 유입된다. 올해 댐 상류 하천 6개 지점에서 총인(T-P) 농도를 측정했더니 비가 올 때 총인 농도가 최대 276배 늘어나는 것이 확인됐다. 총인은 축사나 논밭 오염물질을 확인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상류에서 흘러온 오염물질이 영주댐이라는 물그릇에 고이면서 심각한 녹조를 일으킨 것이다.
영주댐 건설 이전부터 이런 우려가 있었지만 환경영향평가는 이를 제대로 거르지 못했다. 영주댐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댐 건설로 수몰지 내 축사가 사라져 가축두수가 1698마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우 시 총인 농도도 최대 10배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판단했다.
환경부와 수공은 뒤늦게 오염원 관리에 나섰다. 모니터링 지점을 3개소에서 8개소로 늘리고, 주1회 정기 드론 모니터링도 시작했다. 축분 더미에 대해선 직원 2명이 주 2회 지역을 순찰하며 관리를 안내하고 있다. 방치된 축분 1200t은 유역 밖으로 이송하거나 퇴비화 처리했다.
댐을 열고 오염저감에 나선 결과 올여름에는 유해남조류가 1㎖당 8600세포를 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1㎖당 21만세포에 달했다.
낙동강에 맑은 숨결을 불어넣기는커녕 녹조 배양소 역할을 한 영주댐 운명은 내년 6월 발족할 ‘낙동강 유역물관리위원회’가 결정될 예정이다.
정 청장은 “수질 대책과 모래가 씻겨 나가고 퇴적되는 부분 등에 관한 데이터 확보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며 “내년 위원회가 만들어지면 차근차근 논의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영주=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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