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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7년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에 입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과 인연을 맺은 뒤 종교, 언론,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뚜렷한 자취를 남겼다.
가정연합 창시자인 문선명 총재와 고인의 인연은 특별했다. 육군사관학교 2기로 미국 군사학교를 수료하며 뛰어난 영어실력을 갖춘 그는 1970년대 가정연합이 미국에서 교세를 넓혀가던 시절, 문 총재의 연설을 통역하며 문 총재와 신자들 간의 가교 역할을 했다.
1971∼1994년에는 문 총재의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했다. 고인의 딸인 훈숙씨는 정혼자인 문 총재 차남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영혼결혼식을 올려 문 총재와 사돈지간이기도 하다.
고인은 가정연합 대북사업의 토대를 닦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1991년 문 총재와 한학자 총재가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을 때 수행했고, 김 주석이 사망했을 때는 조문을 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당시 남한에서는 정부든 민간이든 조문을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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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창간 5주년 기념식 1994년 세계일보 창간5주년 기념식에서 박보희 당시 사장이 가정연합 문선명·한학자 총재, 이만섭 당시 국회의장(오른쪽)과 건배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문화 분야에서는 세계 각국을 돌며 오랫동안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해온 리틀엔젤스예술단을 만드는 데 깊이 관여했다. 리틀엔젤스예술단이 1965∼1978년 11차에 걸쳐 40개국 순회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을 지휘했다. 리틀엔젤스예술학교(현재의 선화예술학교) 교장을 지냈고, 유니버설발레단 창단을 이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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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행 오르며…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문선명(오른쪽)·한학자 총재(가운데)와 함께 1991년 11월 북한 평양을 방문한 박보희 당시 세계일보 사장이 중국 베이징공항에서 평양행 비행기에 오르며 환송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유족으로는 문훈숙 한국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성화식은 15일 오전 8시 서울 용산 천복궁교회에서 열린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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