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가 최근 특히 인기를 끄는 이유는 고기 섭취는 늘어났으면서도 야채 섭취는 줄어든 현대인에게 채소를 신속·충분히 공급해줄 수 있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특히 샐러드는 섬유질로 인한 포만감이 오래 지속된다는 점에서 최근 다이어트식을 넘어서는 간편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직장인 밀집지역에는 전문점이 여럿 등장해 경쟁을 벌이고 편의점에선 매출이 가장 늘어난 품목에 꼽힌다.
샐러드는 그리스·로마인이 채소를 먹을 때 소금 혹은 소금물을 곁들여 먹으면서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sal’에서 이름이 생겨났다. 현대에선 “엽채류를 기본으로 다양한 채소를 사용하며, 닭·소·돼지·달걀·치즈 등의 단백질 부재료를 더해 드레싱을 곁들여 먹는 음식’으로 통용된다. 탕수육에 소스를 부을 것인지, 찍을 것인지를 놓고 ‘부먹 대 찍먹’논쟁이 벌어진 것처럼, 고대에는 샐러드를 애피타이저로 먹어야 한다는 주장과 “샐러드가 와인 맛을 망친다”며 디저트로 먹어야 한다는 격렬한 논쟁에 ‘의술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까지 가담했을 정도다. 플루타르크영웅전에는 “샐러드를 훔친 자는 사형에 처한다”라는 구절도 등장한다. 로마제국 멸망 이후 농노들이나 먹는 거친 음식으로 격하됐던 채소는 르네상스 이후 다시 귀족 식탁에 올랐다. 질 좋은 채소가 재배되기 시작하고, 다양한 요리가 발전하면서다.
우리나라에서 사 먹는 샐러드는 2002년 무렵 처음 등장했으나 초기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원래 채식이 주요 먹거리인 데다 소스가 다양하지 않아 고추장에 비벼 먹는 경우가 흔했을 정도다. 이후 다양한 드레싱이 양산되면서 먹거리로 정착하기 시작했으나 여름철마다 식중독 위험성 등이 불거지면서 위생 관리가 고질적 문제였다. 점차 품질관리가 안정화되고 다양한 식문화가 발전하면서 샐러드 자체가 주요한 먹거리로 인기를 얻게 됐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식품 소비행동을 분석한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의 신간 ‘푸드 트렌드 매거진 No. 2(도서출판 이김)’는 지난해 두드러진 음식 유행으로 샐러드 간편식을 꼽았다. 샐러드 관련 상품이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판매가 늘었고, 특히 할인점 판매액이 연평균 17.1%나 성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샐러드를 먹는 방법은 직접 요리하거나 식당을 이용하거나, 편의점에서 완제품을 사 먹는 세 가지다.
이 중 편의점 샐러드 판매량은 폭증 추세다. 편의점 업체 GS25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 23일까지 샐러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8.6%나 증가했을 정도다. 이에 각 편의점들은 샐러드 시장을 경쟁적으로 공략한다. CU는 다양한 라인업의 제품, GS25는 영양이 높고 칼로리는 낮은 제품, 세븐일레븐은 샐러드 전문점 피그인더가든과 손잡고 고급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샐러드 평균 가격은 3438원. 햄과 베이컨 같은 저렴한 육가공 식품과 닭가슴살이 많이 사용된다.
샐러드 편의점과 전문점이 성황인 반면 가정의 샐러드 소비는 늘어나기는커녕 채소 섭취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이 농촌진흥청 소비자패널 구매자료에서 국내 가정의 양상추, 양배추, 토마토, 로메인 등 샐러드에 주로 쓰이는 채소 구매액을 분석한 결과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8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문정훈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는 “2016년부터 우리나라 모든 식품 생산액을 종합하면 돼지고기가 쌀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그만큼 국민 식생활이 고기 중심이 된 것”이라며 “점심 때는 ‘채소 섭취를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샐러드를 간편식으로 격상시켰다”고 설명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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