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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르셋' 안 했다고 '흉자' 취급"… 女·女 갈등 확산 [페미 논란]

입력 : 2019-02-03 12:00:00 수정 : 2019-02-02 18: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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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코르셋’ 벗으라는 또 다른 코르셋, 반발 불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와 있는 화장품 등을 이용한 ‘탈코르셋’ 인증 사진. 페이스북 캡처
#서울 소재 한 4년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신모(22·여)씨는 얼마 전 7년지기 친구와 크게 다툰 뒤 연락을 끊었다. 여자대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만날 때마다 신씨의 옷차림과 화장 등을 문제삼은 게 발단이었다. 하루는 친구가 신씨에게 “너 그러다 ‘흉자’ 소리 듣는다”는 말을 내뱉었다고 한다. 남성의 성기에 빗대 남자를 흉내내는 여성이라는 단어. 집에 돌아와 신씨가 찾아본 흉자의 뜻은 이랬다. 그는 곧장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으나 대화가 도무지 통하지 않았다. 신씨는 “왜 남자처럼 하고 다니는 게 여자를 위한 일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내가 보기엔 그 친구가 더 흉자 같다”고 꼬집었다.

페미니즘 확산과 더불어 여성들 사이에 유행처럼 퍼진 ‘탈(脫)코르셋’ 운동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화장이나 치마, 하이힐 등을 ‘꾸밈 노동’, 또는 ‘코르셋’으로 명명하고 이를 거부한다는 운동인 탈코르셋이 여·여 갈등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물론 탈코르셋의 긍정적 취지에는 공감하는 이들이 많지만, 탈코르셋 강요는 오히려 여성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란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탈코르셋을 선언한 뷰티유튜버 배리나(위)와 탈코르셋 강요를 비판한 유튜버 박그린. 유튜브 캡처
◆코르셋이냐 자기만족이냐… 이견 분분

2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보면 화장품을 깨뜨리거나 머리를 짧게 자르고, 화장을 하지 않은 사진 등 탈코르셋 인증 게시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자신이 탈코르셋에 동참하는 이유를 설명하거나 참여를 독려하는 글 역시 상당수다. 유튜브에서는 그간 화장법 등을 공유해온 이른바 ‘뷰티유튜버’들까지 나서서 탈코르셋 선언을 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이들은 화장과 짧은 치마, 하이힐 등을 사회가 강요하는 여성성의 상징, 즉 코르셋으로 본다. 이런 코르셋들을 벗어던짐으로써 자유를 찾겠다는 주장이다. 탈코르셋을 한 여성들은 대부분 “편하다”, “자신감이 생겼다” 같은 긍정적인 반응 일색이다. 한 누리꾼은 탈코르셋 관련 기사에 단 댓글에서 “(탈코르셋 이후) 편하기도 편하지만 진정한 나를 찾은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한 여자대학교 약대생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에서 나타난 탈코르셋 강요.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반면 신씨처럼 탈코르셋을 강요당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들에서 이런 글이 끊이지 않는다. 주된 논지는 “성별을 떠나 자신을 꾸미고 남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건 인간의 본능인데, 이를 억압하는 게 여성의 권리 신장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헬스유튜버 이토끼의 영상에 한 누리꾼이 ‘흉자’와 ‘코르셋’ 등이 담긴 댓글을 달았다. 유튜브 캡처
 ◆“탈코 강요 없다”지만… 곳곳서 마찰음

이견이 분분함에도 탈코르셋은 페미니스트들, 그 중에서도 10·20대 ‘영영 페미’(넷 페미)들의 상징처럼 자리잡았다. 이들은 탈코르셋 강요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라고 강조한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탈코(르셋) 강요는 페미니즘과 탈코르셋을 폄하하고 흔들기 위한 단어”라며 “강요라고 느껴질 땐 그동안 있어온 사회의 코르셋 조이기를 생각해 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서는 이에 대한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탈코르셋 선언 영상들에 반박 댓글이 달리고, 탈코르셋을 비판하는 영상이 잇따라 올라왔다. 여자대학을 중심으로 여성들이 서로 반목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한 예로 지난해 숙명여대에서는 탈코르셋 강요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학우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으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 나도는 만화에서 탈코르셋을 풍자하는 장면. 네이버 블로그 캡처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탈코르셋 운동이 그 취지와 달리 변질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이모(30·여)씨는 “머리를 짧게 자르지 않고, 쌩얼(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로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흉자라고 비아냥대거나 ‘무식하다’, ‘세뇌됐다’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무슨 페미니스트냐”며 “자기 외모에 열등감을 가진 이들이 ‘다 같이 꾸미지 말자’고 선동하는 운동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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