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남쪽으로부터의 안보위협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전화위복이다. 북·미 대화가 극적으로 진행되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가시화해도 새로운 안보위협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일깨웠다.
김청중 도쿄특파원 |
먼저 북쪽으로부터의 위협 완화와 별개로 우리 외교안보의 기본 축인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재확인됐다. 한·미 동맹이라는 안전판이 없다면 남쪽으로부터의 위협은 더 빨리 현실화할 수 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나 대규모 축소가 우려되는 이유다. 일본 내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돼 주한 미군이 철수되면 일본 열도가 최전선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군사력 강화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의 숙원인 ‘전쟁할 수 있는 일본’ 실현도 이런 흐름에 급류를 탈 수 있다.
과거 중국 근무 시 “한·미 동맹이 없다면 한국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중국 측 관계자를 여러 번 본 적 있다. 일본도 사실 그런 입장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 군사동맹 약화는 우리의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는 우(愚)가 될 수 있다. 최근 상황과 관련해 “일본의 외교안보전략의 목표는 한국이 미·중으로부터 고립되어 일본에 의지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이현주 전 주(駐) 오사카(大阪) 총영사(전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의 지적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한·미 연합훈련이 한반도 전체의 안녕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점을 북측에도 주지시켜야 하지 않을까. 베트남전 이후 대규모 전투 경험이 없는 국군의 실질적인 작전능력 강화를 위해서도 세계 최정예인 미군과의 연합훈련 경험은 소중하다.
두 번째는 우군(友軍) 늘리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가시화한 미국의 고립주의는 무역은 물론 안보적 측면에서도 우려할 만하다. 현재 미국의 전체적 분위기를 볼 때 ‘포스트 트럼프’ 시대에도 이런 경향은 이어질 수 있다. 우리 희망과 관계없이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에 대한 관여를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이 영국, 호주 등과 준(準)동맹관계를 설정하고 있는 것을 참고해 미국이 참여하는 다자 틀 내에서뿐만 아니라 양자 차원에서도 우군 만들기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셋째는 결국 힘이다. 대남 안보태세 강화를 위한 군사력 확보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외교정책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외교안보분야의 전설적 존재인 헨리 키신저 박사가 2003년 7월 방한 시 “효과적 외교협상을 위해서는 결국 군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는 신봉길 주인도 대사의 전언이 다시 생각나는 이유다. 현재 해군력의 경우 함정 t수를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이 1이라면 중국 6.47, 일본은 2.42의 전력차라고 한다. 주변국과 유사시 개전과 동시에 궤멸적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자주적인 외교안보 공간의 확보는 허상일 수밖에 없다.
김청중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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