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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 차단이 ‘검열’? 불법에 ‘표현의 자유’ 논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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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3 10:00:00 수정 : 2019-02-12 19: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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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정부 음란 웹사이트 차단 놓고 시끌시끌

12일 정부가 불법 음란물 유포에 강경대응 입장을 밝히며 약 800개 음란사이트 접속을 차단한 것을 놓고 ‘지나친 규제’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차단 방식은 이전의 불법 음란사이트 규제 기술을 고도화했을 뿐이며 사생활 침해 우려는 적다”고 주장했다.

◆일부 누리꾼 “독재정권, 음란물 차단 미끼로 개인 검열 가능”

일부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엔 해외 음란 사이트 차단을 놓고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투표를 잘못했다. 독재 정권”이라고, 또 다른 누리꾼은 “성인이 성인 사이트 접속하는 걸 왜 차단시키냐. 공산국가도 아니고 정부가 국민의 사생활까지 통제하려 든다”며 문재인정부를 겨냥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음란물 규제를 멈춰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이 청원은 지난 13일 오전 8시 기준 청원 동의 10만명을 넘겼다. 청원자는 “해외사이트에 퍼져있는 리벤지 포르노의 유포·저지, 저작권이 있는 웹툰 등의 보호 목적을 위해서라는 명목에선 동의한다”면서도 “그렇다고 https를 차단하는 것은 초가삼간을 다 태워버리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 검열의 시초가 될 우려가 있다. https가 생긴 이유는 아시다시피 사용자의 개인정보와 보안을 보호하는 목적이다. https를 차단하기 시작하면 지도자나 정부가 자기 입맛에 맞지 않거나 비판적인 사람들을 감시하거나 감청할 수 있다”며 “우회방법은 계속 생겨난다. 이런 식으로 제한하는 게 효과적일까? 세금낭비”라고 적었다. https(하이퍼텍스트 보안 전송 프로토콜)는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암호화된 방식으로 주고 받는 통신 규약이다. HTTP의 보안기능이 강화된 버전으로 해커가 중간에 데이터를 가로챌 수 없다.

◆방통위 “음란물 사이트 차단 효율성 높였을 뿐... 개인 검열용 아냐”

반면 전문가들은 이번에 논란이 된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필드차단 방식’이 ‘민간인 불법 사찰’에 쓰일 가능성은 극히 미비하다는 입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음란물 사이트 접속 차단은 기존에도 방통위에서 해왔다. 이번에 새로 하는 건 아니고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바꾼 것뿐”이라며 “개인이 게시글이나 동영상 등을 올리면 오가는 게 ‘패킷’이다. SNI차단 방식은 이 ‘패킷’을 열어보는 게 아니다. 암호화통신 시작 전에 신호를 보내는 게 SNI인데, 만약 SNI가 ‘음란물’ ‘저작권침해’ 등 불법정보의 특징을 가질 때 SNI정보만으로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버닝썬’ 성관계 영상이 유포된 해외 음란 사이트. 해외 음란 사이트 캡처
그는 이어 “예를 들어 ‘abc.com’이란 사이트가 방통위 심의를 거쳐 불법 사이트로 결정되면 이 사이트를 오가는 SNI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인터넷서비스사업자(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들이 SNI차단시스템을 등록하면 적용된다”며 “정상적인 사이트, 정상적인 정보에 대해선 방통위 심의 없이 법적으로 제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SNI차단 방식에 대한 우회 방법이 암암리에 공유되는 상황에 대해선 “그 부분에 대해선 이미 파악하고 있다. ‘창과 방패’의 관계다. 더 좋은 창이 나오면 더 좋은 방패로 막아야 한다. 현재 알려진 우회 방식은 설정 등을 많이 해줘야 하고 그 방식으로 접속이 안 되는 사이트들도 있다. 우회 기술이 더 발전하게 되면 당연히 그에 맞서는 기술을 선보일 것이다. 지금으로선 SNI방식이 최선의 방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단체 “지속된 불법, 자율성으로 오해돼... 반성 필요”

성폭력 피해 여성을 돕는 여성단체 등은 정부의 이번 해외 음란사이트 차단 행보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서랑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저희 단체 측에서 작년 7월쯤 ‘몰카’ ‘리벤지 포르노’ 등 불법 영상 유포 피해자들의 영상이 있는 음란물 사이트 120개 정도를 검찰청 본청 측에 고발했다. 이번에 발표된 약 800개 불법 사이트에는 저희가 고발한 120개 사이트도 포함된 것으로 안다”며 “이 사이트에 다 피해자 영상이 있을 거라곤 생각 안 한다. 영화, 만화 등 불법 저작권 콘텐츠가 있거나 성매매 후기 공유나 알선 사이트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이어 “차단 목록에 들어간 사이트들은 경찰 등 수사기관이 이미 불법성이 다분한 것으로 판단한 것들이다. 그런데 그 사이트 접속을 막는 게 ‘표현의 자유’나 ‘자율성 침해’라고 주장해선 안 된다”며 “그동안 한국에서는 ‘몰카’ 등 불법 촬영물이나 저작권 있는 콘텐츠를 내려받아 보는 게 너무 당연하게 여겨졌다. 이런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하다 보니 불법성과 폭력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고 마치 이것이 자율성으로 오해됐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너무 불법적인 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강력한 방식으로 800개 음란 웹사이트 차단”

IT업계에 따르면 KT 등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는 당국의 요청에 따라 지난 11일부터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필드차단 방식’을 이용한 웹사이트 차단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유명 해외 성인사이트 등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웹사이트 접속도 무더기로 차단됐다. ISP의 고객 센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갑자기 특정 사이트가 접속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사용자들의 문의가 몰렸다.

심의 당국의 한 관계자는 “11일 하루 동안 약 800개의 웹사이트가 SNI 필드차단 방식으로 접속이 끊겼다”고 전했다. SNI는 웹사이트 접속 과정에 적용되는 표준 기술을 가리킨다. 접속 과정에서 주고받는 서버 이름(웹사이트 주소)이 암호화가 되지 않고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을 이용한 방식이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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