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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2000대 일일이 고쳐야…'미터기 혼란'은 예견된 일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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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7 20:52:38 수정 : 2019-02-17 19: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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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막힌 '택시 미터기' 교체… 요금 인상에 시민만 불편
“택시 요금은 올랐는데 왜 미터기는 그대로죠?”

지난 16일 서울 택시 요금이 올랐음에도 미터기 요금은 ‘제자리’라 주말 내내 혼란이 벌어졌다. 현행 기계식 미터기를 한꺼번에 수리하지 못해 벌어진 촌극이다. 앱 미터기를 도입하면 문제가 일시에 해결되지만, 규제에 가로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와 택시 업계는 “앱 미터기 교체는 비용도 적게 들고 설치도 간편하다”며 정부에 관련 법 개정을 촉구했다.

◆90년대도 아니고… 종이 조견표라니

16일 요금 인상 이후 택시 기사들은 승객이 내릴 때마다 마음이 바빠졌다. 요금 인상분이 미터기에 미반영돼, 종이에 인쇄된 요금변환표를 보며 일일이 추가 결제 요금을 입력해야 했다.

이날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택시를 탔던 김모(36)씨는 “결제할 때 기사분이 종이 표를 더듬더듬 보고 1000원을 추가 입력하느라 하차 시간이 좀 걸렸다”며 “오히려 스마트폰에선 바뀐 요금을 보여주더라”라고 황당해했다. 미터기가 그대로다보니, 이날 일부 승객은 표시된 요금보다 더 많이 내야 해 당황했고, 일부 기사들은 추가 요금을 미처 챙기지 못해 뒤늦게 ‘아차’했다.
사진설명=서울 택시 요금이 인상된 16일 오후 서울 한 개인택시에 종전 미터기 요금에 추가 금액을 알려주는 요금 조견표가 놓여져 있다. 뉴시스

‘미터기 혼란’은 100% 예견된 일이었다. 현행 기계식 미터기는 수동으로 바꿔야한다. 서울 개인·법인택시 7만2000여대가 지정된 장소를 찾아가 일일이 고쳐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미리 수리해놓을 수도 없다. 요금 인상 전 오른 요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비용도 많이 든다. 미터기 하나당 수리 비용을 5만원으로 쳐도 35억원이 들어간다. 미터기 업계에서는 처음에 한 대당 7만7000원의 수리비를 제시했다가 현재 서울개인택시조합과 대당 5만5000원∼6만100원을 내는 안을 놓고 협의 중이다. 인상 이틀째인 17일까지 수리를 마친 택시는 전체 7만2000대 중 단 80대에 불과하다. 본격 수리는 18일부터 이달 말일까지 이뤄진다.

앱 미터기로 바꾸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변경 과정도 어렵지 않다. 서울시·택시 업계 모두 앱 미터기 도입을 바라고 있다. 국철희 서울개인택시조합 전 이사장은 “정부가 하루 빨리 앱 미터기 교체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기계식 미터기가 서울 시내를 달리는 이유는 관련 법 때문이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자동차관리법 등은 기계식 미터기에 대한 규정만 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정부에 앱 미터기 도입을 요청해왔지만, 규제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박병성 택시정책팀장은 “규제 샌드박스에 이를 바꿔달라고 제안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박 팀장은 “지난해부터 서울시에서 안을 내 택시노사민정정협의체에서 합의가 됐고 국토교통부에도 몇 번 찾아가 설명했다”며 “이미 한국스마트카드에서 보급한 결제기가 택시에 달려있기에 (관련) 프로그램만 내려받으면 된다. 소요 비용이 거의 없는데도 아직 안 되는 건 순전히 관련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앱 미터기로 바꾸려면 2km를 운행했을 때 관련 프로그램이 정확히 3800원을 부과했는지 확인하는 검정 과정을 거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어느 기관에서 어떤 방식으로 할 지 관련 법이 마련돼야 하는 상태다.

◆“택시 요금 인상 부담… 서비스 뭐가 바뀌었나”

택시 요금 인상에 승객들은 대체로 ‘부담스럽다’는 반응이었다. 17일 서울역 앞에서 만난 5년차 택시기사는 “승객 10명 중 7, 8명은 오른 요금이 비싸다고 하고 한두명은 무반응이었다”고 전했다. 경남에서 올라온 60대 김모씨는 “인상 요금이 부담스럽지만 강동 경희대병원까지 가는 길을 몰라서 택시를 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요금 인상으로 당분간 택시 이용을 자제해야겠다고 전했다. 국회의사당에서 택시를 탄 김씨는 “공덕역까지 5900원이 나왔는데 심야 할증 붙으면 7000원쯤 될 것 같다”며 “아무래도 부담스러워서 앞으로는 저녁 술 약속이 있는 날에는 일찍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승객은 “택시가 편하니 이 정도 인상은 괜찮다” “상관 안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평일 낮 기본 요금이 18.6% 올랐음에도, 서비스 개선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강했다. 한 시민은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택시요금 상승, 오늘 뉴스로 봤다”며 “서비스 개선 조금이라도 된 줄 알았는데 카카오 택시를 불러도 답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 시민은 “지나가는 빈 차 불러도 그냥 갔다”며 “40몇 분 택시 잡다가 지하철, 버스 타고 (밤) 11시 넘어서 집에 와서 화난 마음으로 글을 쓴다”고 토로했다. 다른 시민도 “어제 택시 잡기 힘들었다”며 “강남역(에) 택시(가) 거의 없었다”고 적었다. 실제 요금 인상 첫날인 16일 이태원 등 번화가에서는 늦은 밤에 여전히 택시 잡기가 쉽지 않았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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