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빅뱅 멤버 승리의 성접대 의혹 등으로 시작해 일파만파 커진 일명 ‘승리 게이트’를 향한 언론의 주목도는 현재 매우 뜨겁다. 메신저 단체 채팅방을 통해 여성들과의 성관계 영상을 자랑삼아 올리고 유희거리로 삼은 또 다른 연예인 정준영의 등장 또한 충격을 더했다. 12일 하루 동안에만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와 각종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인 정보들이 빠르게 확산됐다.
역대급 연예게 성 스캔들로 번지는듯한 이번 사태의 추이는 그러나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안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태의 시초였던 클럽 ‘버닝썬’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유명 연예인들의 충격적 성 추문으로 채우는 모양새여서다.
단순 폭행 논란으로 시작된 버닝썬 사태는 클럽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져 온 각종 비리와 불법 행위들이 어둠 속에 묻혀있다 밝혀질 기미를 보이면서 거대 게이트 조짐을 보였다. 마약 유통과 일상화된 여성 대상 성범죄 문제, 성 접대, 경찰 유착, 탈세 등 온갖 의혹이 제기되던 차에 별안간 빅뱅의 승리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됐다. 버닝썬이 생기기 전인 2015년 다른 강남 클럽인 아레나에서 있었던 외국인 투자자 성 접대 의혹이 불거졌고, 이는 정준영 불법 동영상 파문 등 연예계 성 스캔들로 순식간에 확대됐다.
자극적인 성관계 동영상 파문 및 유명 연예인을 연루시키며 버닝썬 사태의 핵심은 가려지고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고위급 인사들이 다수 관련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경찰 유착 문제, 마약, 탈세 등으로부터 여론의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클럽을 중심으로 일상 곳곳에서 만연했던 일명 ‘물뽕’을 이용한 성범죄, 여성을 선물처럼 제공하는 접대 문화 등 사태의 또다른 한 축은 ‘여성 착취’라는 공통분모인데 이러한 본질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온종일 온라인, 모바일 공간을 장악한 키워드는 ‘정준영 동영상’, ‘정준영 리스트’ 등으로 성범죄 피해자들을 오히려 가리킨 것이 현실이다. 동영상 등에 등장한 여성들이 누구인지 지목하고, 어떤 내용이 찍혔는지 등에 대한 각종 미확인 정보들이 떠돌았다. 이 선정적 정보지 속에 피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사실 여부가 어떻든 또 한번 피해를 입게 됐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한 언론은 동영상 속 여성을 특정할 수 있도록 범위를 좁힌 힌트를 제공하는 기사를 단독이라며 내보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해외 주요 k팝 커뮤니티인 레딧에서도 버닝썬 사태가 연예인 스캔들로 화살이 돌려진 양상을 우려하는 의견들이 이어졌다. 이들은 “마약 유통과 약물 성폭행 등 버닝썬 스캔들의 진짜 핵심은 왜 조사되고 업데이트되지 않는가?”,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대립 문제와 정치적 측면 등이 핵심인데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등의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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