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집으로 가자.”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세월호 천막의 철거를 앞두고 영정을 옮기는 이안식이 진행됐다. 2014년 7월 세월호 천막이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이후 1797일 만이다. 천막이 철거된 자리에는 약 한 달간의 설치 기간을 거쳐 ‘기억·안전 전시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안식에서는 희생자 304명의 영정이 옮겨졌다. 이안식에는 희생자 가족과 시민, 종교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해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일부 시민들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색 재킷이나 패딩 등을 입고 참석했다.
인권재단 ‘사람’의 박래군 소장은 추모사를 통해 “이곳(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은 촛불 항쟁의 발원지이자 중심지”라며 “304명의 영정을 빼고 분향소를 닫는 것이 끝이 아니다. 진실을 마주할 때까지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훈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못 했는데 광화문 분향소를 정리한다는 것이 가족들에게는 힘이 든다”면서 “하지만 광화문광장은 시민의 공간임을 잘 알기에 이안식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추모사 낭독이 끝난 뒤 세월호 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은 희생자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한 뒤 영정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들은 영정을 천으로 닦은 뒤 검은 상자에 담았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 모습을 지켜보다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영정을 실은 차량은 광화문광장을 한 바퀴 돌고 서울시청 신청사로 향했다. 영정은 신청사 지하 서고에 임시로 보관된다. 유가족들은 영정을 어디에 보관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이날 이안식을 시작으로 세월호 천막 14동은 18일 오전까지 모두 철거된다. 천막이 철거된 자리에는 ‘기억·안전 전시공간’이 조성돼 다음 달 12일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기억·안전 전시공간은 현재 설치된 천막 14동 중 7개 동의 크기로 들어선다. 시설은 여러 개의 여닫이문 형태로 설치되며, 내부에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전시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