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과거 버닝썬 내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처리했던 경찰관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버닝썬 관련 현직 경찰이 피의자로 입건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버닝썬을 운영한 연예인 승리(본명 이승현·29) 측근을 비호했단 의혹이 불거진 총경급 경찰관에 대해선 대기발령 조처가 내려졌다.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씨 음주운전 보도 무마 건과 관련해서도 당시 관할인 용산경찰서 소속이던 담당 경찰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버닝썬·경찰 유착의 핵심 연결고리로 떠오른 이들 경찰 모두 현재 청탁·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 관련 계좌·통화기록 확인을 통해 구체적 증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유착 의혹’ 현직 경찰, 첫 입건
1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 A씨를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A씨는 지난 7월7일 버닝썬에 미성년자가 출입하고 고가의 술을 마셨다는 신고 사건을 담당했다. 경찰은 A씨가 해당 사건을 증거 부족으로 종결하고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과정이 통상적 과정에 비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했다.
이와 관련해 전직 강남서 경찰관 강모(구속)씨가 나서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버닝썬 공동대표인 이모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씨에게 2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으나 강씨는 부인한 상태다.
◆‘경찰총장’ 윤모 총경, 대기발령
경찰청은 본청 과장인 윤모 총경을 경무담당관실로 대기발령 조치했다. 윤 총경은 승리, 가수 정준영씨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이란 명칭으로 등장한 인물이다. 2016년 7월 이 대화방의 한 참여자는 ‘옆 업소가 우리 업소 내부 사진을 찍었는데 경찰총장(경찰청장의 오기)이 걱정 말라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윤 총경은 이와 관련 알고 지내던 부하 경찰관에 “신고 내용을 좀 알아봐 달라”는 취지로 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화방 참여자 대부분은 윤 총경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경은 경찰 조사서 승리 측근인 유리홀딩스 유모 대표와 함께 식사, 골프 등을 한 적 있다고 진술했다. 또 유 대표 소개로 승리와도 식사를 몇 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경은 2015년 강남서 생활안전과장으로 근무했다. 2016년 총경 승진 후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도 근무했다.
◆‘음주운전 무마 의혹’ 경위 참고인 조사
경찰은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씨의 음주운전 사건 언론보도 무마 의혹과 관련해 당시 용산경찰서 소속으로 해당 사건을 담당했던 B경위를 최근 두 차례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휴대전화를 제출받았다. 해당 사건이 보도되지 않고 송치된 시점에 최씨가 B경위로부터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경위는 경찰 조사서 최씨 등 문제가 된 카카오톡 대화방 참가자들을 알지 못한단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지난 2016년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으나 해당 사건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최씨는 전날 불법 동영상 유포 혐의로 경찰에 출석해 21시간여에 걸친 조사를 받고 이날 귀가했다. 그는 승리, 정씨 등과 함께 있는 대화방에서 불법촬영 동영상을 공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경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 중 경찰 유착 여부 관련 취재진 질문에 “경찰에 다 진술했다”고 답했다.
한편 경찰은 카톡방에 불법 촬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영상을 올린 정씨의 친구 김모씨도 최근 입건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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