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요? 여기는 그런 거 없어요. 저희 벨 좀 달아주세요.”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재인(31)씨는 무선비상벨 설치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서울시가 ‘여성안심지킴이집’으로 지정한 곳이지만, 이를 알리는 여성안심지킴이집 표지조차 부착돼 있지 않았다. 여성안심지킴이집은 여성이 위기상황 때 긴급 대피할 수 있는 곳으로, 실제 대피 시 편의점 점원은 무선비상벨 등을 통해 즉시 경찰에 신고해 여성의 안전 귀가를 돕도록 돼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 내 여성안심지킴이집으로 지정된 편의점은 총 1019곳이다.
시행 6년째를 맞는 여성안심지킴이집 제도의 사후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기자가 서울 마포·서대문·은평구 내 여성 1인가구가 많은 다세대주택 밀집지역 여성안심지킴이집 지정 편의점 30곳을 무작위로 방문해 확인한 결과, 이 중 6곳이 여성안심지킴이집 안내 표지가 부착돼 있지 않았다. 점원이 경찰에 핫라인(긴급 비상용 직통전화) 신고 가능한 무선비상벨이 설치되지 않은 곳도 6곳이나 확인됐다.
서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진수(39)씨는 “2015년에 여길 인수했는데 처음부터 무선비상벨이 없었다”며 “서울시와 경찰에서 점검하러 올 때마다 벨이 없다고 말했는데 바뀌는 게 없다”고 말했다.
수시로 고용되는 아르바이트생의 경우 여성안심지킴이집 제도 자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아르바이트생이 근무 중인 편의점 17곳 중 5곳의 아르바이트생이 해당 제도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 경우 긴급상황 발생 시 대응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
마포구의 한 지정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이모(35)씨는 “무선비상벨이 있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비상벨 시스템에 대해선 알고 있지만, 강도·절도 범죄 신고용으로만 알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한 지정 편의점에서 반년째 일하고 있다는 아르바이트생 김모(39)씨는 “취객이 오거나 위급 상황 때 쓰라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울시는 매년 한두 차례씩 여성지킴이집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는 5월 경찰과 합동점검을 할 예정”이라며 “편의점협회가 아르바이트생에 대해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 휴대전화로 경찰 신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무선비상벨 설치가 강제사항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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