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4당이 지난 3월 합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현재 국회의석 수를 그대로 유지한 채 비례대표 의원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300석 가운데 비례의원을 현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고 정당별 득표율로 이를 나누는 방식이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바른미래당 등 야 3당은 애초에 국회의원 수 증원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민주당과 합의 과정에서 의석 수 동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편안 추진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측이 지역구에서 개편안의 핵심 내용을 왜곡하는 현수막을 내걸며 국민을 호도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1일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국회의원 증원 절대반대, 연동형 비례대표제 막아주십시오’라고 적힌 한국당 의원 측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핵심이 의원 수 증원인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문구라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서모(62·여)씨는 “저 현수막을 보니 민주당이 의원 수를 늘리려는 것 아니냐”며 “선거제를 바꾼다고 하는데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모(53)씨도 “국회의원을 늘리는 건 절대 안 된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게 저런 내용인 거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당은 한때 국회 인근에서도 ‘국회의원 증원 반대’를 명시한 현수막을 걸었지만 국회 인근 현수막에는 오해를 사는 문구가 담기지는 않았다.
선거제 개편안은 정치 지형을 바꾸는 큰 변화지만 내용이 어렵고 복잡해 아직 세세한 내용까지 이해하는 국민이 많지 않다.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와 검토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만 여야 4당은 ‘준(50%)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라는 큰 틀에서만 합의를 이뤘다. 비례 의석을 지금보다 늘려 이를 1차적으로 각 정당득표율의 50%로 나눈 다음, 남은 의석을 또다시 정당득표율 대로 배분하는 것이다.
이렇게 확보한 비례의석에 지역구 의석을 더해 정당별 전체 의석 수를 확정하고, 이를 6개 권역에서 해당 정당이 얻은 득표율대로 권역별 의석 수를 확정하는 것을 말한다. 산식은 복잡하지만 각 지역의 정당 지지율을 국회 의석 수에 반영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민의를 모아야 할 공당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내용을 현수막으로 내건 것은 부적절한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편안 추진에 맞불을 놓으며 국회의석 수 축소(270석), 비례대표제 폐지를 당론으로 내건 상태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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