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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현장 뚫고 갑니다” 재난에도 자극 쫓는 인터넷 방송

입력 : 2019-04-05 11:40:00 수정 : 2019-04-05 13: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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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안전은 뒷전… 강원 화재에 인터넷 방송 성행
5일 새벽 한 인터넷방송진행자가 산불이 난 속초를 향해 차량을 몰고 있다.

“속초사람이니 통제하지 않는 길로 가볼게요.”

 

 강원도 고성에서 번진 화마(火魔)가 급속도로 확산한 5일 새벽. 한 BJ(인터넷방송 진행자)가 속초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불길이 속초, 강릉 등 전방위로 확산해 소방당국은 최고수준인 3단계 대응을 발령하고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주민들이 황급히 대피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지만 그는 “친구들이 있다”며 반대방향으로 차를 몰고 속초 불길 근처로 향했다. 통제를 피해 골목길을 통하기도 했다. 결국 해당 인터넷방송 측이 방송을 강제종료하고 나서야 그의 위험한 화재현장 탐험은 끝났다.

 

1인 인터넷방송이 선정성 경쟁으로 치닫다보니 BJ들이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번 사례처럼 시청자 확보를 위해 재난현장으로 가거나 흉가, 무인도 등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곳으로 향하는 일이 새롭지 않은 이유다.

 

강원 고성·속초 일대에 산불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5일 속초의 한 야산에서 불길이 수풀을 태우고 있다. 김경호 기자

◆속초 화재 생중계 봇물···안전은 뒷전

 

 이날 속초화재를 다룬 인터넷 방송은 적지 않았다. 한 BJ는 강릉인근 고속도로에 차를 세우고 화재가 번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타는 냄새가 많이 난다” “소방차가 많이 다닌다” 등 현장상황을 생중계했다. 다른 BJ도 이날 실시간으로 속초 시내 상황을 중계했다. 차들이 황급하게 시내를 빠져나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사상초유의 화재 속 ‘불구경’을 위해 시청자들은 빠르게 유입됐다. 방송법에 따라 언론사가 재난 현장에 취재진을 투입할 경우 보호장구를 지급하는 등 안전에 힘써야 하지만 인터넷방송은 방송법에 적용받지 않아 그대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었다.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는 인터넷방송 특성상 정부가 이런 방송들을 직접 관리하기란 한계가 있다. 대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방송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방송 플랫폼 업체에 ‘자율규제’를 맡기고 있다. 방송플랫폼은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콘텐츠를 제재하고 있지만 문제소지가 있는 방송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자체 모니터링을 하거나 민원이 제기된 개인 방송건수는 2015년 257건에서 2016년 718건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박종민 경희대 교수(언론학)는 “개인방송을 통해 현장상황을 즉각적으로 시청자에게 전하는 순기능이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방송자 개인의 안전을 위한 기준정립이 필요하다”며 “1인 미디어에 대한 목적, 규제 등 방송 윤리적인 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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