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故)장자연 사건’ 관련 ‘장자연 문건’을 직접 목격한 것으로 알려진 배우 윤지오(사진)가 지난달 신변에 위협을 느껴 경찰이 제공한 비상호출용 스마트워치를 작동했지만 경찰에 사건이 접수되지 않은건 작동 미숙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윤지오가 신변위협을 느꼈을 당시의 범죄 정황을 포착하기 위해 경찰청 과학수사팀은 정밀 검사를 펼쳤으나 별다른 범죄 협의점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은 23일 윤지오가 스마트워치로 3회 긴급호출을 했는데도 112신고가 되지 않아 경찰이 출동하지 못한 원인을 분석한 결과 실수로 전원 버튼을 함께 눌러 신고 전화가 중간에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윤지오는 지난달 30일 오전 5시54분쯤을 전 후해 스마트워치의 ‘SOS 긴급호출’ 버튼을 3회 눌렀다. 하지만 처음 2회는 긴급호출 버튼을 1.5초 이내로 짧게 눌러 기계가 작동하지 않았다. 3회째는 버튼을 길게 누르긴 했지만 동시에 긴급호출 버튼 맞은편에 있는 전원버튼을 같이 눌러 긴급전화가 바로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당시 윤씨가 시계를 손목에 찬 게 아니라 손바닥 위에 세로로 세워놓고 엄지손가락으로 긴급버튼을 눌렀는데, 이 과정에서 반대편에 있는 전원버튼이 손바닥에 눌려 신고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오작동으로 인한 스마트워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며, 경찰이 윤지오의 신변보호를 의도적으로 방임한 것이 아니란 설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윤씨가 실수로 전원버튼을 누르긴 했어도 담당 경찰관에게 긴급호출을 했다는 내용의 안내 메시지는 정상적으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신변보호 조치가 바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경찰은 “당시 새벽이었고, 담당 경찰관이 업무용 휴대폰을 뒤늦게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이 같은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신변보호 대상자가 SOS 호출 때 실수로 전원버튼을 같이 눌러도 신고전화가 가도록 스마트워치 기능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윤씨에게도 개선된 스마트워치를 다시 지급했다.
앞서 윤지오는 지난달 14일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이에 경찰은 위급상황에 긴급 호출 버튼을 누르면 112로 신고가 자동 접수되며 신변 보호 담당 경찰관에게도 알림 문자가 자동 전송된다는 스마트워치를 윤씨에게 지급했다.
이후 집 안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윤지오는 지난달 30일 오전 5시 55분부터 세 차례 스마트워치 호출 버튼을 눌렀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에 윤지오는 자신의 인스타그램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안녕하세요. 증인 윤지오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윤지오는 “신변보호를 위해 경찰에서 지급한 위치 추적장치 겸 비상호출 스마트 워치가 작동이 되지 않는다”라며 “(비상호출)신고 후 약 9시간 39분이 경과했는데 아직 아무런 연락이 되지 않는 무책임한 경찰 모습에 깊은 절망과 실망감을 뭐라고 말하기 조차 어렵다”고 경찰을 탓했다.
또 윤지오는 “비상호출 버튼을 누른지 현재 9시간 47분이 경과했는데 출동을 커녕 아무런 연락조차 오지 않고 있다”라며 “경찰의 상황 설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바이며 앞으로 5대 강력 범죄와 보호가 필요한 모든 피해자, 목격자, 증언자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시설과 인력 정책 개선을 정중히 요청드린다”라며 경찰이 자신에 대한 신변보호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음을 꼬집었다. 이 청원은 하루가 안돼 20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시민단체 정의연대는 2일 오전 윤지오의 신변 보호에 책임이 있는 경찰관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까지 했다. 이들은 “(경찰관들이) 보복이 우려되는 중요 범죄에 대해 진술한 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할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하며 고발 이유를 밝혔다.
한편 윤지오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을 게재한 후 경찰에 24시간 밀착 경호를 받고 있다. 윤지오는 현재 여성가족부가 제공한 임시숙소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변 위협을 여러 차례 느꼈다는 윤지오의 호소에 서울경찰청 과학수사팀은 복도 폐쇄회로(CC)TV 분석은 물론 지문감식 등 정밀감식을 벌였지만 범죄 혐의점은 찾지 못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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