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가사가 너무 슬프네요. 생각해보니 저와 아내는 아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일이 많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늘 잠만 잤죠. 저희는 못난 부모인가 봐요. 이제라도 아들에게 미안하다며 말하고 싶습니다.”
세계일보 ‘부모들은 동요 ‘어른들은 몰라요’에 어째서 울컥했을까?’ 기사(5일 일요일자 참조)에 누리꾼 A씨가 이러한 댓글을 달았다. 그는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아들에게 소홀했던 걸 후회했다. 그러자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좋은 부모”라며 “우리 모두 아이 말에 조금 더 귀 기울이는 부모가 되자”는 반응이 이어졌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고 한다. 좋은 부모라 자평했지만, 돌이켜보면 하나쯤은 후회한다는 거다. EBS 교양프로그램 ‘라이브 토크 부모’가 2016년 생방송 중 ‘부모로서 가장 후회할 것 같은 일은 무엇인가?’라는 문자 투표를 했을 때, 전체 응답자 576명 중 268명이 “아이 뒷바라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외에 △아이에게 공부로 스트레스 준 일(137명) △형제(자매 또는 남매) 사이에서 한 사람만을 편애한 일(111명) △아이가 원하는 대로 무조건 들어줬던 일(60명)을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자녀에게 실수했다”거나 “부모로서 부족한 것 같다”며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에 상담을 의뢰한 사연 중 네 가지를 소개한다. 임영주 대표는 얼마 전 통화에서 “실수와 잘못을 후회하지 않는 부모보다 ‘후회하는 부모’가 더 좋은 부모”라며 “자녀를 존중하고 앞으로 더욱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깔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는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며 “내일은 오늘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아이에게 실수 했어요” “저는 어떡하죠?”…부모들의 후회
#1. “며칠 전, 아이에게 큰 실수를 했어요. 외출 준비하는 사이 홀로 세면대에 올라간 아이를 발견하고는 ‘무슨 짓이야!’라며 회초리를 들었어요. 소리 지르는 저를 보고 이불 속에 숨은 아이는 ‘엄마 싫어! 엄마랑 이야기 안 할 거야!’라고 울었죠. ‘혼자서 씻으려고 했는데 엄마는 나한테 화만 내!’라는 외침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씻길 때마다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고 혼자 해보려 했던 건데…. 전 왜 이리 못난 걸까요? 세면대에 올라간 이유를 먼저 물어봤어야 했는데, 회초리부터 든 제가 한심합니다. 아이는 그래도 엄마라고 ‘미안하다’며 흘린 제 눈물을 자기 손으로 닦아주더군요. 저는 앞으로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습니다. 도와주세요.” (6살 딸을 둔 A씨)
“부모는 자녀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많아요. 아이 속마음을 모르고서 체벌한다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 많죠. ‘왜 세면대에 올라갔어?’라고 먼저 물어보셨다면 회초리는 들지 않아도 됐을 거예요. 설사 물어볼 줄 아는 부모라고 해도 아이가 답하기 전, 미리 행동을 취하는 분도 많아요. ‘얘는 이래서 이랬을 거야’라는 답을 속으로 정해놨기 때문이에요. 나중에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질책성 추궁이 아닌 진심으로 궁금해 하며 아이에게 물어봐주세요. 따뜻한 관심이 녹지 않은 부모 목소리는 아이 가슴에 생채기를 남길 수 있답니다.” (임 대표)
#2. “한밤중 잠에서 깨 우는 ‘야경증’과 ‘야뇨증’으로 저를 지치게 하는 아이가 너무 미워요. 화를 내고는 미안해서 사과하지만, 다시 화내는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어요. 아무래도 아이가 저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예민한 제 성격 탓도 있겠죠? 요즘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나가서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합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8살 아들을 둔 B씨)
“아이가 자기와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꽤 많습니다. 그래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일단 아이의 장점부터 찾아볼까요? 장점을 찾기 쉽지 않다면, 어느 순간 아이를 보며 행복했는지 떠올려보세요. 곤히 잠든 아이를 보며 미소를 짓거나,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아이를 보고 웃지는 않았나요? 아이와의 잡음에 집중하면, 정작 아이의 예쁜 면을 놓칠 수 있어요. 쉽지 않겠지만, 아이가 날 힘들게 했던 기억도 머릿속에서 지워주세요. 부정적인 기억으로 지금의 아이를 바라보면, 모든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게 됩니다. 아이는 부모의 어두운 시선을 모두 느껴요.” (임 대표)
#3. “지인들과 펜션에서 자녀 동반 모임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려 하니 미끄럼틀 있는 숙소가 마음에 들었는지 아이가 ‘하루만 더 있다 가요’라더군요. 원래 당일치기 계획이어서 억지로 아이를 차에 태웠더니 결국 울더군요. 집에 돌아와 차를 세우고 자는 아이를 깨우다가 ‘더 놀고 싶어요…’라는 잠꼬대를 들었어요. 눈물 자국 남은 아이 얼굴을 보니 내일 올 걸 그랬나 후회되더라고요. 괜한 고집에 아이만 상처를 받은 것 같아 무척 미안했어요.” (4살 아들을 둔 C씨)
“어른이어도 누구나 올바른 선택을 하는 건 아니에요. 반드시 귀가할 이유가 있었다면 옳은 결정을 내리신 거지만,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융통성을 발휘하시는 게 어땠을까요. 울다 잠든 아이 얼굴을 보고 낮의 선택을 후회하셨다면, 이번 일을 단지 자기를 꾸짖는 데서 그칠 게 아니라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서는 현명히 결정하자’고 다독이는 계기로 삼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좋은 부모가 되는 기회였다고 생각해주세요. 부모는 여러 경험을 하면서, 아이와 함께 성장합니다.” (임 대표)
#4. “예전부터 부부싸움이 잦았어요. ‘애는 네가 키워!’라며 상대방 비난까지 했죠. 요즘 장난감을 갖고 놀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우는 아이를 보니, 이전 부부싸움이 성격 형성에 악영향을 준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아이를 달래려 해도 말을 듣지 않으니, 저까지 화를 내게 돼요. 저희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7살 아들을 둔 D씨)
“아이가 없는 곳에서 부부싸움 해야 한다는 걸 모르시는 분이 많아요. 부모의 싸움은 아이에게 엄청난 공포감을 조성합니다. 그래서 아동학대 중 하나인 정서학대에 부부싸움을 포함하는 거죠. 아이 앞에서의 부부싸움을 후회하시나요? 그러면 반드시 후회하셔야 해요. 특히 아이를 부부싸움에 끌어들이면 안 됩니다. ‘엄마와 아빠가 실수했어. 정말 미안해’라고 아이에게 사과하시는 것도 잊지 마세요. 다소 쑥스럽고 ‘뭘 그런 것까지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정성 담긴 부모의 사과는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한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 아이의 자존감도 더욱 높아질 거예요.” (임 대표)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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