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구속영장 기각… 용두사미 된 경찰 버닝썬 수사 [이슈+]

경찰 석달 수사에도 성과 못내 / 성매매 알선·자금 횡령 혐의 / 법원 “법적 다툼의 여지 있어” / 유인석 前 대표 구속영장도 기각 / 정준영 몰카·마약 수사만 속도 / ‘핵심’ 유착의혹 규명 지지부진 / “수사권 조정 국면 신뢰도 하락”

성매매 알선과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빅뱅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와 유인석(34) 전 유리홀딩스 대표의 구속영장이 14일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약 세 달 간 이어져온 경찰의 ‘버닝썬 수사’ 성패를 가늠케 할 하나의 지표였다는 점에서 적잖은 비판 여론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승리와 유 전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주요 혐의인 횡령은 형사책임의 유무와 범위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고, 나머지 혐의도 증거인멸 등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피의자의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한밤 귀가 가수 승리가 14일 밤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대기 중이던 서울 중랑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검찰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승리와 유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지난 9일 청구했다. 이들은 2015년 방한한 일본인 사업가 A 회장 일행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유 전 대표는 A 회장 일행에게 성매매를 알선하고 알선책의 계좌로 대금을 송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A 회장 일행 7명 중 일부는 성매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승리는 같은 해 국내에서 직접 성매매를 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승리와 유 전 대표는 클럽 버닝썬의 자금 5억3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2016년 강남에 차린 주점 ‘몽키뮤지엄’의 브랜드 사용료 명목으로 버닝썬 자금 2억6000여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유 전 대표가 설립한 네모파트너즈에도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버닝썬 자금 2억6000여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승리와 유 전 대표는 유리홀딩스 법인 자금을 개인 변호사 비용으로 지출하기도 했다. 승리와 유 전 대표에겐 몽키뮤지엄을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해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있다.

그동안 경찰은 승리를 11차례 불러 조사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진행했다. 브리핑에서 “혐의가 명확히 드러난 부분만 (승리 등의) 구속영장에 포함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영장 기각으로 경찰 수사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수사들에 미칠 영향도 관심사다. 가수 정준영(30)씨를 비롯한 연예인들의 성관계 동영상 촬영·유포 혐의와 마약 부분에 대한 수사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경찰 유착 의혹 수사는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봐주기 수사’ 아니냔 비판이 거세다.

경찰은 조만간 버닝썬 사건 최초 제보자인 김상교(28)씨 폭행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경찰은 지금까지 유착 의혹으로 입건된 현직 경찰관 8명에 대한 조치와 함께 재발방지책도 제시할 방침이다. 검찰이 최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상정된 수사권 조정 법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과 달리, 경찰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는 관측도 있다.

김주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