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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시작되기 전인 5∼6월의 강이나 호수 주변에서 줄기 끝에 커다란 보라색 꽃을 피우는 식물을 볼 수 있다. 꽃봉오리가 붓글씨를 쓸 때 붓을 닮았다하여 이름 붙여진 붓꽃이다.

붓꽃의 그리스어인 ‘아이리스’는 무지개여신을 뜻하며, 꽃말은 비 내린 뒤에 보는 무지개처럼 ‘기쁜 소식’ ‘변덕스러움’ 이다. 붓꽃속 식물은 관상 가치가 있어 정원을 가꿀 때 많이 사용하고, 꽃은 향수 뿌리는 약용으로 이용한다. 꽃이 아름다워 고흐, 모네 등도 붓꽃을 그림의 소재로 사용했다.

붓꽃속 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200여종이 분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13종이 자라고 있다. 붓꽃은 여러해살이풀로 키가 30∼60cm 정도이며,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어나간다. 뿌리줄기에서 나온 잎은 긴 칼 모양으로 위로 곧게 뻗는다. 5∼6월에 꽃줄기 끝에서 아름다운 무늬가 있는 보라색 꽃을 피우며, 열매는 9∼10월에 익는다. 붓꽃은 단자엽식물(외떡잎)로 꽃잎과 꽃받침의 구분이 없는 화피(꽃덮개)가 안쪽에 3장, 바깥쪽에 3장씩 있다. 이 중 외화피편은 종이나 품종에 따라 다양한 색깔과 무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붓꽃은 개울 주변과 산지, 해안가 습지에서 많이 자란다. 이른 봄에는 작은 식물체에 큰 꽃이 달리는 각시붓꽃, 보라색 꽃을 피우는 붓꽃이 핀다. 물기가 많은 산지에는 적자색 꽃을 피우는 꽃창포도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습지 매립과 하천 공사, 산지 개발로 자생지가 점점 사라지고 불법채취가 빈번히 일어나 이들 중 9종이나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솔붓꽃, 노랑붓꽃, 제비붓꽃, 대청부채 4종이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지정돼 있으며, 이 식물을 포함해 부채붓꽃, 난장이붓꽃, 금붓꽃, 노랑무늬붓꽃, 꽃창포 9종이 희귀식물로 보호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곁에 있던 붓꽃은 점점 사라지고 외래종인 노랑꽃창포가 그 자리를 대신해 가고 있다. 인위적인 조경으로 진짜 우리 식물의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남기흠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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