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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 약 끊으면 2년내 70∼80% 재발

입력 : 2019-06-10 06:10:00 수정 : 2019-06-09 20: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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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과 치료는 / 초기 심하게 게으르거나 사회성 결여 / 활성기로 넘어가면 망상·환각 등 증세 / 뇌 신경전달물질 균형 잡아주는 치료 / 약 잘 복용하면 3년내 70%이상 호전

최근 고속도로 역주행 사고,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건,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등 각종 사건·사고에 ‘조현병’이 등장하면서 질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 위험성을 과장하며 강제 입원과 격리 조치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은 “조현병 자체가 범죄의 원인은 아니다. 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면 오히려 환자들이 치료를 기피하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조현병은 초기에 발견 시 적절한 약물 치료로 사회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장된 공포보다는 질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통해 지속적인 치료를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망상과 환각 증상 이후 3년간 치료 중요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병으로 불렸지만, 병명이 사회적인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2011년 조현병으로 개명됐다. 전 세계 조현병의 유병률은 1%에 이른다.

국내 진료 환자 수는 2012년 10만1048명에서 지난해 10만9035명으로 6년 새 7.9%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유병률을 감안할 때 조현병 환자 수가 실제 늘어났다기보다는 그동안 음지에 있던 환자들의 진료가 늘어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조현병은 감정 표현과 말수가 없어지고, 모든 일에 흥미와 의욕을 잃고 혼자 방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아 대인관계가 없어지는 증상을 보이며 시작된다. 무더운 날에 옷을 여러 겹 껴입거나 악취가 나도록 씻지도 않는 등 위생 관리 문제를 보이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질병의 활성기가 나타나기 전 단계인 전구기로, 주변에서는 ‘게으르다’, ‘사회성이 결여됐다’, ‘사춘기다’라고 넘기기 쉬운 시기다.

조현병이 활성기로 넘어가면 망상과 환각 등 와해적 증상이 나타난다. 주변에서 자신을 욕하고 흉보는 것 같고 귀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자신과 가족을 해치려 한다고 믿는 등 주변에 대한 과도한 경계와 의심을 품는다. 연관성 없는 말들을 뱉거나 충동조절 문제와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안석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망상과 환각 증상을 동반한 조현병 발병 이후 3년 동안 얼마나 회복했는지가 환자의 평생을 좌우하는 ‘크리티컬 피어리어드(Critical Period)’”라며 “환자의 70%는 이 시기 약물 치료를 통해 호전된다”고 설명했다.

◆약물 치료 중단 시 2년 내 70∼80% 재발

조현병은 보통 10대 후반∼20대에 발병한다.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의학계는 유전적, 환경적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전적으로는 부모나 형제 중 한 사람이 환자일 경우 자녀가 조현병에 걸릴 가능성은 5∼10%, 부모 모두가 환자일 경우엔 발병률 40%로 보고 있다. 일반인이 병에 걸릴 가능성이 1%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여기에 성장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환경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첫 발병 시 뇌·신체질환으로 인한 유사 증상과 구분 짓기 위해 혈액검사, 뇌 컴퓨터단층촬영(CT), 뇌 자기공명영상(MRI), 단일광자방출단층촬영(SPECT), 뇌파검사 등을 한다. MRI, CT 등으로 다른 뇌질환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심층적인 심리 검사를 통해 환자의 증상으로 조현병을 진단하게 된다.

이명수 대한조현병학회 홍보이사는 “미국정신의학회 기준에 따라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 심하게 와해된 행동이나 긴장증적 행동, 무논리증 중 2개 이상의 증상이 일정 기간 지속하면 조현병으로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치료는 도파민 등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잡아주는 약물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부작용으로 졸리거나 몸이 뻣뻣하고 행동이 느려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섣불리 치료를 중단하면 안 된다.

안 교수는 “환자가 스스로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거나 친구들이 안 좋게 볼 거 같다는 등의 이유로 약을 스스로 끊기도 한다”며 “약물 치료 중단 시 1∼2년 안에 70∼80%가 재발하는 만큼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현병 환자의 폭력성에 대한 우려는 과장된 측면이 많다. 안 교수는 “술이나 마약 등 물질 남용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조현병 환자가 일반인에 비해 난폭한 행동을 할 확률이 높지 않다”며 “치료를 이어가는 환자들은 장기적으로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이 홍보이사 역시 “조현병 환자가 치료를 진행 중에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최근 사건 사고 역시 치료를 중단한 환자들에서 일어났다”며 “일부 환자에서 약물 치료가 통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라도 인지치료를 통해 환청이 들려도 본인이 이를 잘못된 것이라고 무시하면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며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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